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slobster May 06. 2023

마음, 처음 표현되는 데 보통 백만 년이 걸린다

[독서일기]


ps


이론상 애플파이 하나를 반으로 나누기를 90번 반복하면 원자 알갱이에까지 이를 수 있다. 원자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존재다. 1910년을 전후해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하나의 원자를 향해 다른 원자들을 쏘아 충돌시켰을 때, '총알 원자'들이 어떻게 튕겨 나가는가를 조사하여, 표적 원자의 내부 구조를 미루어 알아내는 방식으로 원자의 정체를 밝혀 내었다.


원자의 외곽부는 전자의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자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하를 띠는데, 인류는 전자의 전하를 음전하로 부르기로 약속했다. 

우주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원자의 외곽부는 음전하를 가진 전자로 둘러 쌓여 있기에, 너와 내가, 우주의 그 어떤 구조물도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같은 극의 전하가 서로를 밀어내는 강력한 전기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마블 최고 악동 타노스가 인피니티 건틀렛을 끼고 손가락을 튕겨 어벤저스와 인류의 절반을 흔적도 없이 입자로 분해시키듯, 우주의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먼지 부스러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자의 저 깊숙한 내부, 전자구름 속 깊숙한 곳에 핵이 있다. 원자의 핵은 원자 전체의 겨우 10만 분의 1 정도이지만, 원자의 모든 질량은 거의 전적으로 이 조그마한 핵에 모여 있다. 핵은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들과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들로 구성된다. 원자핵에 전하를 띤 입자라고는 양성자뿐인데, 핵이 와해되지 않는 것은 중력도 전자기력도 아닌 핵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핵력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작용하므로 갈고리에 비유될 수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아주 가까이 있을 때 핵력이라는 이름의 갈고리가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맨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갈고리보다 멀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듯, 갈고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원자의 종류)는 118종이고, 그 전체 질량의 약 70%가 수소다. 다음으로 많은 원소는 헬륨, 그 외의 원소들 모두 합쳐도 1%가 되지 않는다.


주로 수소로 된 성간 기체와 소량의 티끌로 구성된 성간 구름이 중력 수축하여 별들과 그 별들에 딸린 행성들을 만든다. 행성들과 달리 별이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그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융합이란, 말 그대로 핵과  핵이 합쳐지는 것으로, 극도의 온도와 압력이라는 조건이 충족되면 질량이 가벼운 원자의 핵이 모여 더 무거운 원자의 핵 만드는 핵융합 반응이 시작된다. 기체와 티끌로 구성된 성간 구름의 중력 수축 과정에서 기체 분자들이 격렬하게 충돌하므로 별 내부의 온도는 상승하게 되고, 마침내 별의 내부 온도가 1000만 도에 이르면(이 온도에서는,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듯, 핵자들이 서로를 밀어내는 전기적 힘이 발휘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충돌하기 때문에), 수소원자(원자량 1.0079) 네 개가 모여 헬륨 한 개(원자량 4.0026)를 만드는 핵융합 반응이 전개된다.

수소 네 개의 질량이 헬륨 하나의 질량보다 약간 크기 때문에, 수소 네 개가 모여서 헬륨 한 개가 만들어질 때 0.7 퍼센트 정도의 질량이 사라진다, 이 결손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등가 원리(E=MC2, 질량과 에너지는 하나다.)에 따라서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감마선의 빛, 즉 감마선 광자로 나타난다. 감마선 광자는 주위 물질에 흡수됐다가 다시 방출되기를 거듭하면서 태양의 표면을 향해 이동한다. 흡수가 일어날 때마다 자신의 에너지를 조금씩 잃게 되므로 높은 에너지의 감마선 광자는 점점 낮은 에너지의 광자로 변신해서 드디어 사람의 눈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대역의 광자가 된다. 중심핵에서 출발한 광자가 표면층에 도착하는 데 대략 100만 년이 걸린다. 핵융합 반응에서 최초로 태어난 광자가 가시광선의 광자로 표면을 빠져나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새로 태어난 별을 보게 된다.



*  융합 인용

- 칼 세이건, '코스모스'

- 데이비드 보더니스 'E=MC2' 

- 도쿄대학교 사이언스커뮤니케니션 동아리 CAST

   '머릿속에 쏙쏙! 원소노트' 

작가의 이전글 엄청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