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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slobster Jul 23. 2023

건방지고 힘이 넘쳤다

[독서일기]

강렬한 체험이었다. 토끼를 길러본 일도 그랬지만 그걸 노래로 만든 건 훨씬 더했다. 근질거리는 기쁨, 다른 누구의 것과도 다른 나만의 것을 얻었다는 감각, 그런 걸 느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위화감도 있었다. 토끼라는 동물과 내가 만든 곡은 원래 아무 관게도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버렸다. 그 토끼가 없었다면 이런 음악은 탄생하지 않았을 텐데, 실제로 손가락을 물리고 똥을 치워주면서 내가 접했던 토끼와는 완전히 다른 뭔가가 생긴 것이다. 


분명 글을 쓰는 일도 그럴 것이다. 어떤 일을 글로 써내려가는 시점부터 이미 좋은 문장인가, 아름다운 문장인가, 힘이 있는 문장인가, 하는 언어의 세계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인 체험과의 박리(剝離)를 통해서 음악이라는 세계의 실존을 얻는 것으로써,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어 모두와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악은 그런 힘을 가졌다.

표현이란 결국 타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 타자와 공유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고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추상화라고 할까, 공동화라고 할까,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개인적인 체험이나 아픔, 기쁨은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들이나 케이지의 음악은 개념 예술에 가까운 면이 있다. 이벤트나 퍼포먼스라고 불리는 것에 가깝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콘서트장에 나비를 날리는 라몬테 영의 작품이었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 문 밖으로 나가면 끝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글로 읽었을 뿐 체험한 일은 없지만, 매우 음악적이라고 생각한다. 


<류이지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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