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두 사람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서 고전적으로 입 맞췄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적절함'의 거리를 둘이 힘을 합쳐 구겨버렸다. 스무 살의 다급함이나 허둥거림 없이, 과도한 기대나 실망도 없이 서로의 느낌에 집중하면서, 그리고 한참 뒤 입술을 떼었을 때, 기태가 갑자기 벚나무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 기태 씨, 왜 그래요?
희주의 다급한 목소리에 기태는 문득 발길질을 멈췄다. 그러곤 술에 취해 발 그래진 얼굴로 희주를 빤히 바라보다 누가 들어도 너무 순진하고 무모해 낯 뜨거워지는 말을 했다.
- 자기 꽃비 맞으라고요.
<김애란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 , '이물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