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환상의 빛> 감상문
유미코는 할머니를 잃어버린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미처 말로 내뱉지는 않지만, 그녀가 입은 옷은 시종일관 어둡다.
시간이 흘러 항상 내 곁으로 돌아올 것 같은 인상을 준 이쿠오와 가정을 꾸렸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던 순간, 훔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던 순간.
이쿠오의 모습이 천천히, 또 길게 보여진다.
그러던 어느날. 이쿠오가 죽었다.
자살일지도 모르는 죽음으로 유미코에게 돌아오지 못했다.
또 다시 상실의 아픔을 겪은 유미코.
몇년 뒤, 열차에 치여죽은 이쿠오의 죽음으로부터 극복했다는 걸까.
유미코도 열차를 타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러 떠난다.
창문에 바다가 걸려 있는 방은 예전 방과는 다르게 파도 소리로 가득하다.
과거엔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의 라디오로 가득했었다.
할아버지의 라디오 소리가 생사를 확인하는 장치라던 이쿠오의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새로운 곳에 차차 적응해나가는 유미코.
물질을 하러 나간 이웃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은 사건을 시작으로, 유미코의 상처에 다시 덧이 난다.
쓰라리도록 아픈 옛 추억의 장소들.
잔잔하고 아름답게 담아 흘러 넘칠 것만 같은 유미코의 슬픔이 느껴졌다.
할머니가 사라졌을 때도, 남편이 죽었을 때도, 이웃 할머니가 실종됐을 때도
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뒤돌아보지 않는 길고 긴 뒷모습이었다.
마치 언제 사라지는지 잘 알 수 없는 것처럼.
그 길이는 누구도 실감할 수 없다.
그저 자연히 멀어져 갈 뿐이다.
유미코는 새 남편에게 묻는다.
'그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어'
새 남편은 담담히 말한다.
'홀로 바다에 서 있으면 저 멀리 아름다운 빛이 보였대.
반짝반짝 빛나면서 아버지를 끌어당겼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죽음.
다시 가본 예전 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죽음이란 건 누구나 볼 수 있는 빛 그 자체가 아닐까.
먼저간 자를 뒤로하고 건네는 다정한 위로의 영화.
<환상의 빛>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