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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가 좋으세요? 돌아올 때가 좋으세요?

(열흘간의 가족 여행을 마치며...)     

설날 연휴를 이용해 하와이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20. 1. 17 ~ 26 하와이 빅 아일랜드와 오아후


(하와이 오아후 Makapu'u Point Lighthouse Trail 중)

     

1996년부터 해마다 가족여행을 가지만 설날 명절에 여행을 간 건 처음입니다. 36년간 치렀던 설날 차례를 노모께서 요양원에 계신 터라 이제 더 이상 챙길 필요가 없어 형제들과 식사 모임을 미리 갖고, 온 가족 3대 6명이 함께 하는 여행을 석 달 전부터 계획했었습니다. 독일 주재 중인 딸아이의 한 달간 귀국 휴가에 맞춘 겁니다. 처음에 호주와 하와이를 놓고 고민했는데, 4살 손자의 컨디션을 생각해 대륙 여행보다는 휴양 여행이 나을 것 같아서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죠. 호주는 산불 때문에 아직 고통받고 있다니...  

   

17년 만에 다시 찾은 하와이는 여전히 아름답고 활기찼습니다. 볼 거리, 놀 거리, 먹을 거리, 살 거리 등 천혜의 휴양지였죠. 한겨울에 와이키키 비치에서 수영을, 하나우마 베이에서 스노클링을, 빅 아일래드에서 화산 공원 투어를, 해안도로 렌터카 드라이빙을 즐기는 등 모든 것들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열흘간 온전히 손자의 재롱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온갖 이국적 풍경이 주는 즐거움보다 사람(손자)이 주는 즐거움이 훨씬 컸어요. 평소에는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 휴식하라고 우리 내외가 주말에만 손자를 돌보고 있거든요.  1년 만에 재회한 딸과의 여행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죠. 


대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은 큰 의미가 있지만 기동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선 무척 비효율적입니다. 항공료도 비싸고 호텔도 3인실이 되면 숙박료가 올라가며, 렌터카도 최소 7, 8인승의 미니밴이라야 하거든요. 이제 딸아이가 짝을 만나 결혼하게 되면 사위 포함 7, 8명이 함께 여행하는 게 마지막이 되지 싶네요.  이번 여행을 시작부터 끝까지 주관해서 기획하고 진행해준 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어떤 투어 가이드보다 완벽하게 진행하는 아들을 보면서 젊은 시절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돌아올 집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닷속에서 형형색색의 물고기를 보는 것도, 해안을 따라 드라이빙하는 즐거움도, 쇼핑천국 호놀룰루에서의 쇼핑도 물론 좋지만 진짜 행복은 내 집 현관문을 들어설 때인 것 같아요.  호놀룰루 Ruths Chris에서 1인분 600g의 카우보이 립아이 스테이크도 진짜 맛있었지만 집에 돌아와 아내가 끓여준 된장찌개 맛에 비하겠습니까. 여행의 즐거움은 추억으로 남지만 결국은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계속 여행만 한다면 그게 즐겁겠어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걸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절감합니다.

그래도 다음 여행을 기약합니다. 또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말이죠.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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