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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를 깼다ㅠㅠ

코로나로 집과 사무실만 오가면서 삼시 세 끼(요즘은 출근 시 도시락도 싸 간다.) 집밥을 먹는다. 그런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평소 간헐적으로 해오던 저녁 설거지를 요즘 내가 도맡아 하고 있다. 두 달이 다 돼간다. 그러다 드디어 어제... 설거지하다가 밥주발을 깼다. 수세미질을 너무 힘줘서 했는지 주발이 튕겨 나갔다가 떨어지면서 깨져버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 한숨을 푹 쉬면서 "그거 6만원 짜린데..." 한다. 



아내가 크게 뭐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야속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평소에 나는 아내가 그릇을 깨면 "아이고, 당신 안 다쳤어?" 하며 걱정부터 하는데, 아내는 "내 그럴 줄 알았어" 하는 표정이다. 

조심 안 한 나도 잘못이지만 설거지 돕다가 그릇 깼다고 한 마디 하는 아내가 야속하다. 내가 일부러 깬 것도 아닌데 두 달 동안 매일 저녁 설거지하다 그릇 하나 정도 깰 수도 있지. 매일 하나씩 깨 먹는 것도 아닌데. 뿐만 아니다. 설거지하고 있는 내 옆에 서서 "순서는 이렇게 해라, 이거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저건 저렇게 해라, 힘을 빼라, 그러니 그릇이 튕겨 나가지" 등등 잔소리가 많다. 


이러니 남자들이 가사를 도우려 하다가도 김새서 안 돕는다. 내 친구 하나는 어쩌다 집에서 설거지 도와주면 아내가 설거지 한 걸 검사하면서 "아이고, 이걸 설거지라고 했어? 내가 다 다시 해야겠네"라며 핀잔을 준단다. 그러니 그 친구는 "내가 다시는 설거지 하나 봐라"라며 돌아서 버린다. 아내들이여! 지혜로울지어다! 잔소리로 남편 절대로 못 부려 먹는다. 남편은 엉덩이 두들기면서 칭찬해줘야 죽기 살기로 한다. 그게 남자다!  


며칠 전 지인 한 분이 설거지하다 사모님이 아끼시는 그릇을 두 개나 깼을 때 사모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설거지를 하니까 접시도 깨는 거지, 가만히 앉아 TV만 보고 있으면 이런 일이 생기겠어요? 걱정하지 말고 설거지는 앞으로도 계속하세요"

이 얘기를 아내에게 들려줬지만, 아내는 별 반응이 없다. 그러면서 "이제 당신도 나이가 들어 그러니 이런 거 안 떨어뜨리려면 마늘을 많이 까야해요"라며 마늘 한 상자를 식탁 위에 턱 올려놓는다. 헐~ 이 참에 나를 아주 전업주부로 만들려는 거야, 뭐야?


가정행복코치라는 사람이 마누라 욕 하는 거냐고? 천만에! 사람이 이 정도 결점도 없으면 어쩌랴? 요 정도 잔소리 빼곤 100점짜리 아내다. 여보, 내가 그릇 안 깨고 설거지 잘할게.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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