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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제언

- 사회적 거리도 유지해야 하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매일 출근은 하지만 오후 5시에 정확히 퇴근한다. 출근이 아닌 퇴근이 목적이 돼 버린 느낌이다. 집 - 사무실 - 집 - 양재천 동선이 루틴이 돼버렸다. 지난주부터 주말에 양재천을 폐쇄해버리니 주말에는 더듬이를 잃어버린 곤충처럼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내 모습이 무척 낯설다.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퇴근 후 헬스장에서 러닝하고 웨이트 하는 운동이 주였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 이후 퇴근 후 양재천 걷기로 바꿨다. 최근 한 달 넘게 거의 매일 양재천을 걷는다. 물론 아내와 함께 간다. 하루 종일 집콕해야 하는 아내는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아내에게는 양재천이 유일한 해방구다. 그래서 나는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운동화로 갈아 신고 아내와 함께 양재천으로 향한다. 물리적 시간 量으로 따지면 30년 넘게 아내와 함께 한 시간보다 최근 한 달간 함께 한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많은 생각이 든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았던가 돌이켜 본다. 무엇 때문에 일을 하고 무엇 때문에 돈을 벌었던가. 명목적 이유는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가족은 행복하지 않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이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라는 놈이 반강제로 전 세계인에게 사회적 멈춤을 명령하고 가족 간에 하나 됨을 주문하고 있다. 다들 흩어지라고, 가족들끼리만 뭉쳐 살라고 주문하고 있다.

운동 효과도 괜찮은 것 같다. 매일 7km를 1시간 20분에 걷는데, 운동을 못 해 ‘확 찐자’가 됐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경우는 웨이트 운동도 안 하는데 체중이 오히려 줄었다. 몸도 무척 가볍게 느껴진다.


시국이 하도 비상해 걱정도 돼지만 이 시간이 무척 즐겁다. 코로나가 아니라도 이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왜 못 했을까. 수입도 줄어들고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안 되겠지만 많은 교훈을 얻는다. 코로나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퀀텀 점프할 것이고, 누군가는 큰 변화 없이 살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세상 욕하고, 신세 한탄하고 SNS로 거짓 정보나 퍼 나르고 허송세월 하다 더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거다. 마지막 그룹에 속하지 않으려면 지금 뭘 해야 할까. 지금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시기여야 한다. 확진자도 안 돼야 하지만 확 찐자도 안 돼야 한다.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른다. 녹록지 않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미래학자들은 이제 세상을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눠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인류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코로나도 이겨낼 것이다. 어쨌든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를 것이고 우리는 그 가운데 살아가야 하며 잘 살아내야 한다.

    

각자 꾸준히 운동을 해 면역력을 키워야 하고, 온통 코로나 관련 뉴스뿐이니 정보의 편식을 해결하기 위해 책 읽기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며, 학생은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뭔가를 계획 중인 사람들은 이때를 이용해 나름 준비해야 한다. 강제로 주어진 시간이지만 뭔가를 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아 여유로워지고 밖에 나가지 않아 돈도 절약되니 얼마나 좋은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1년 정도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혔다고 생각하고 이 시기를 잘 활용하자. 실력을 키우자. 위대한 작품들은 유배지나 감옥 생활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경험을 통해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쓰고 로고 테라피라는 정신의학 이론을 만들었고, 신영복 선생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썼으며, 정약용은 18년간의 유배 생활에서 무려 48권 16책의 목민심서를 집필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도 종신형을 받고 27년여간을 복역하면서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일부러 감옥에 갈 필요는 없지만, 어차피 해야 할 감옥 생활이라면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탈옥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 <이스케이프 플랜 2 하데스>에서 실베스터 스텔런이 동료직원에게 하는 말이 생각난다. "감옥의 유일한 선물인 시간을 낭비하지 마!" 그렇다. 코로나라는 감옥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시간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새벽 하는 30분 스트레칭과 새벽 독서, 신문 읽기는 빼먹지 않을 것이고,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소소한 행복, 화소행' 칼럼도 계속 쓰고, 매주 수요일 유튜브 '행복한 가정이 온다, 행가래TV' 업로드도 계속할 것이며 그동안 틈틈이 써온 세 번째 책을 이번 기회에 끝내리라고 마음먹는다. 코로나가 끝나도 주 3회 이상은 양재천 걷기를 하리라고 다짐해본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이 고난의 시기에 체질 강화를 위해 변신이 절실하다. 지금도 안 고치면 언제 고치겠는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는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 Never waste a good crisis “는 명언을 남겼다. 평소 잘하던 건 속 하고, 시간이 부족해 못 했던 것들은 이 기회에 한 번 도전해보자. 또 가족과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그동안 바빠서 못한 사랑 마음껏 해보자. 코로나 베이비라도 만들면 어떨까. 출산율도 높이고 애국도 하니 얼마나 좋은가. 사회적 거리는 멀어도 가족 간 거리는 더 가까워지자.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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