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독일에 나가서 일하던 딸내미가 코로나 때문에 급거 귀국했습니다. 원래 6월 말까지 계약 기간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3월 마지막 날 귀국시켰습니다. 혹시 몰라 복수의 항공편을 예약해뒀는데 마지막 일주일 동안 예약이 2개나 캔슬되는 소동을 겪었지요. 그때 안 돌아왔으면 당분간 오도 가도 못 했을 겁니다.
귀국 다음날 선별 진료소에 가서 검진을 했는데 다행히 다음 날 음성으로 판명 났습니다. 유럽발 입국자는 14일 동안 자가 격리가 의무화돼 있어서 오기 전부터 14일간 어떻게 동거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딸아이 방과 외부 화장실(다행히 최단 거리임)은 딸 전용으로 쓰게 하고, 전용 손 소독제와 에탄올 스프레이를 준비해주었고, 거실/주방으로 나와야 할 때를 대비해 딸아이 공간과 거실 사이에 임시로 비닐 가림막을 설치했습니다.
서로 안 마주치는 게 좋겠다 싶어 귀가하는 걸 보지도 못 하고 우리 부부는 5일간 속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딸을 만났지만 비닐 커튼을 통해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어색하게 서로 웃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습니다.
딸 바보인 제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딸내미 손도 못 잡아봤습니다. 어쩌다 스쳐 지나가도 2M 거리를 유지합니다. 물론 모든 대화는 마스크를 쓴 채 합니다. 식사는 딸아이 방으로 갖다 주거나 우리가 먼저 먹고 난 다음 딸아이가 식탁에서 먹도록 했습니다. 식사 전후 철저한 소독은 필수입니다.
부모인 우리도 힘들지만 한창 젊은 나이에 제 방에서만 보름을 지내는 딸아이 심정이 오죽 답답할까요. 이제 절반을 넘기고 일주일 남았습니다. 일주일 후 마음껏 사랑하겠습니다. 평소에도 딸내미와 스킨십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이번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면 찐하게 포옹하겠습니다.
요즘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때가 또 있을까요.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들이 이제는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손을 만지고, 포옹을 하고, 식사를 같이하는 이 모든 행위가 그렇게 소중할 수 없습니다. 모든 소중한 것은 잃어봐야 그 가치를 안다고 했던가요. 지금이 딱 그때입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여러분들도 많이 사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