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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후회해도 늦습니다

며칠 전 와이프 생일, 온 가족이 중식당에서 맛난 식사를 하고, 케이크 커팅은 가까운 아들 집에서 했습니다. 케이크를 먹고 온 가족이 거실에서 대화 중인데, 5살 배기 손자가 내 손을 잡아끌며 자기 놀이방으로 데려가더군요. 1시간을 같이 노는데, 즐겁기도 하지만 놀아 보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닙디다. 손자의 넘치는 에너지에 맞춰주려니 힘에 부쳐요. 아들은 매일 이렇게 놀아준다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같이 놀아주는 게 힘들어 장난도 칠 겸 내가 쓰러지는 척했더니 손자가 “할아버지, 왜 그래?”하길래 “응, 할아버지가 지쳤어, 승후의 사랑이 필요해”라고 했더니 손자가 “잠깐만, 내가 사랑 갖고 올게”하며 뛰어나가더군요. 속으로 “네가 '사랑'인데 어딜 가, 인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금방 뛰어 들어오더니 쓰러져있는 내 얼굴에 두 팔로 머리 위 하트를 그리며 “사랑해” 하는 거예요. ‘아, 이놈의 짜슥. 이거 도대체 누구 작품이야?’ 누구긴, 내 작품이죠. 

     

집에 돌아와서 아내를 안아주며 

나  : "여보. 고마워. 나랑 결혼해 줘서 저런 걸출한 작품을 낳았으니..." 

아내 : "헐~ 내가 낳았나? 며느리가 낳았지" 

나  : "무슨 소리야? 우리가 결혼 안 했으면 쟤가 어떻게 나와!"

아내 : "에고, 이런 손자 바보!"

나  : "아냐, 나 아내 바보야!"

     

제가 왜 시시콜콜한 집안 얘기를 할까요? 제가 짧지 않은 인생 살아오면서 좋은 일만 있었을까요? 아니죠! 나름 크고 작은 위기를 많이 겪었습니다. 대학 시험에 떨어져 재수를 하며 첫 시련을 겪은 후 20년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어려움을 겪다가 기사회생한 경험, 초기 결혼 생활 고부갈등으로 인해 아내와 수 없이 다투었던 기억,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 몇 번의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 등등 나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요.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참 우습습디다. 인생은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웠고 아름다웠거든요. 그때는 몰랐어요. 지나고 보니 비로소 알겠더군요.      


물론 지금 많은 분들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거 잘 압니다. 생계조차 해결 안 되는 분들, 건강상의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 가족 또는 타인과의 인간관계로 힘들어하시는 분들, 직장이나 사업 때문에 힘드신 분들 등등. 종류도, 사연도 무척이나 다양할 겁니다.     


그래서 젊은이들 중에는 연애도 결혼도 안 하고, 결혼해도 출산 안 하고 그런 결정을 하시는 분들 있는 줄 압니다. 그분들 나름대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사시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야흐로 백세 시대입니다. 인생은 10년, 20년 살다 가는 게 아니라 100년을 잘 살아내야 하는 겁니다. 그 100년 동안 꼭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공부도 해야 하고, 건강관리도 해야 하고, 연애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하고, 애를 낳아 키우고, 돈도 벌고, 또 그 애를 결혼시켜 그 애들이 또 아이를 낳고 우리는 그렇게 살다 갑니다. 그렇게 세대 전이가 됩니다. 조물주가 우리 인간을 그렇게 설계했습니다. 지금 현실이 고달프다고 해서 인생 주기마다 꼭 해야 할 일들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뒤늦게 하려고 해도 너무 늦어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그때는 후회해도 늦습니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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