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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보다 앞서 가라

인생에 문제를 만났는가? 귀찮고 버거운가? 문제, 그까짓 거 해결하면 된다. 문제를 문제로만 인식하면 해결책이 없다. 늘 나를 괴롭히고 짓누른다. 문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문제를 만나면 ‘문제야! 너, 나타났어? 너 잠깐만 기다려. 내가 곧 해결해주지’라고 생각하라.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내 밥일 뿐이다. 그러면 문제는 해결된다.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문제를 만난다. 문제는 파도처럼 온다. 이제 끝났나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그래서 인생은 문제를 해결(Trouble shooting)하는 과정이다. 나는 문제 해결자(Trouble shooter)다. 내 앞에 나타나는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과제이고 숙명이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다. 엎친 데 덮친다. 설상가상, 점입가경이다. 한 가지 문제도 해결 못 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온다. 이젠 정말 견디기 힘들다.  

   

왜 이럴까. 문제의 여지를 남겨두는 습성 때문이다. 공중화장실 세면대에 시계를 놓고 가거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후 핸드폰을 두고 깜빡 잊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한두 번 그런 게 아니라 자주 그런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사람은 다가올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지금 내 행동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다.  ‘지금 이걸 호주머니나 가방에 넣지 않으면 내가 놓고 갈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못 한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본인도 자신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매사에 자신감을 잃는다. 무의식 중에 자신을 불신하게 되고 그 무의식은 다른 일에도 영향을 미쳐 또 그런 일이 생긴다. 소위 문제아(Trouble maker)가 되는 것이다.    

  

나는 노트북을 사면 반드시 뒷면에 명함을 붙여 놓는다. 혹시 분실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어느 날 노트북을 휴대하고 외부에서 상담 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왔는데 노트북이 없다. ‘어, 이걸 어디서 잃어버렸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식당 종업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식탁 의자에 놓여있는 노트북 파우치를 발견하고 열어보니 뒤에 명함이 있어서 연락드렸노라고. 만약에 명함을 붙여 놓지 않았더라면 그 노트북을 찾을 수 있었을까?   

    

사고가 터지기 전에 미리 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가정하라.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하라. 그랬는데 문제가 안 생기면 학습 효과가 생겨서 좋고, 문제가 생기면 사전 대책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 그게 유비무환의 자세다. 문제가 안 생기면 좋겠지만 문제는 파도처럼 온다고 하지 않았나.  

    

자동차 보험을 왜 드는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해 드는 것이다. 사고가 안 날 수도 있다. 실제로 사고 잘 안 난다. 그러면 헛돈 쓰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비싼 돈을 들여 보험을 든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은 누군가? 대포차 등 범죄자들이거나 생계도 곤란해서 인생을 막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보험을 든다. 

     

직장 생활할 때 영업부서의 책임자로 일한 적이 있다. 두 개의 영업 부서가 있었는데 선배 영업 부장이 영업 1부를 맡고 신임 영업 부장인 나는 영업 2부를 맡았다. 영업 실적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두 부서 직원들의 실적 경쟁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때는 제품을 팔거나 건물을 지어주고 어음으로 대금을 받을 때였다. 그런데 납품한 회사가 부실 기업인 경우 받은 어음이 부도가 나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부실기업을 상대로 한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판매 실적도 문제지만 부실채권 예방 및 회수도 영업사원들에게는 큰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내가 영업 부장을 맡고 처음 한 일이 외상 매출채권 전수조사였다. 영업 직원들에게 먼저 자신의 채권 중 우량 채권과 부실채권을 구분하도록 하고, 다음으로 부실채권이 부도가 난다는 가정을 세우고 회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난리가 났다. 그렇게 하면 거래처들이 다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단호했다. 부실화될 수 있는 거래처는 버리는 게 낫다고 설득했다. 회사가 마련한 회수 대책에 따라 할인율 확대, 물량 조절 및 납기 조정을 통해 거래처들을 설득하거나 압박해  현금 결제 및 조기 결제를 유도했다. 그 결과 어음 부도율은 현저히 낮아졌고 회사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었다.   

   

그게 바로 시나리오다. 사고가 터진 다음에 뒤따라 수습하는 후행적 대응이 아니라 만약 대형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가설을 세워놓고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이다. 지금 내 선택이, 내 결정이, 내 행동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미리 그려보는 것이 시나리오다.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면 가열차게 추진하면 될 것이고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면 그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대비하면 된다.

     

그런 사람이 담배 피워서 자기 몸을 태우겠는가? 

그런 사람이 지나친 음주로 자기 몸을 망치겠는가?

그런 사람이 운동을 게을리해서 건강을 잃겠는가?

그런 사람이 평소 공부를 소홀히 하겠는가?

그런 사람이 미래를 대비한 저축을 하지 않겠는가?     


나는 의도치 않게 몇 건의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다. 그때마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이 나한테 하는 말이 있다. “서류 정리를 정말 잘해 놓으셨네요.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소송을 염두에 두고 서류 정리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웬만한 서류는 스캔 후 폴더를 만들어 클라우드에 보관한다. 일이 종결되면 그때그때 서류 정리를 해놓는다. 오랜 직장생활에서 훈련된 결과다. 당장은 귀찮고 고달파도 나중에 요긴하게 쓰인다. 어떤 일을 대충 처리하면 나중에 치러야 할 비용이 더 불어나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 그때는 감당이 안 된다. 서류 정리를 나중에 하려고 하면 점점 귀찮아져서 안 하게 된다. 한 번 두 번 안 하다 보면 정리 안 하는 습관이 생긴다. 나 스스로 사고 발생의 여지를 남겨 놓는 꼴이다. 몇 건의 재판 끝에 깨달은 게 있다. ‘소송은 진실 여부가 아니라 사실이고 자료 싸움이다’     


변호사, 의사도 믿지 마라, ‘변호사가 전문가니까 알아서 하겠지 ‘라고 생각하지 마라. 변호사는 수백 건의 사건 중에 하나를 처리하는 것뿐이다. 많은 공부를 한 전문가들이지만 그들도 실수할 수 있고 대충 일할 수도 있다. 내가 법무법인에 맡긴 어떤 사건에서는 내가 녹취록을 줬는데도 담당 변호사가 그게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소송을 하면 변호사에게만 맡겨 놓지 않는다. 소송의 당사자가 나이기에 변호사가 나만큼 사실 관계를 알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황과 정보, 의견과 논리를 변호사에게 적극 전달하고 변호사가 작성한 서류를 내가 직접 검토하고 최종 결정한다. 소송 결과 책임은 변호사가 지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기 때문이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나는 오른쪽 어깨 회전 근막 염증으로 오랜 기간 고생한 적이 있었다. 네 명의 의사와 두 명의 한의사를 만났는데 각자 진단이 다 달랐다. 당연히 치료법도 달랐다. 처음엔 그들의 말을 듣고 이것저것 해 봐도 안 낫기에 나중에는 내가 판단하고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부터 홀로 재활운동에 집중하기로 하고 2년 동안 매일 아침저녁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여 스스로 완치했다.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책임은 내가 진다. 그게 내 인생의 시나리오다. 좋은 결과를 내도록 나쁜 일이 생길 여지를 미리 없애버려야 한다. 그래도 문제는 또 온다. 그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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