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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걸까? 두려운 걸까?

최근 한 금융기관의 광고에 꽂혔다.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정상에 오르는 게 아니야. 올라야지!”
“홈런을 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홈런을 치나? 쳐야지!”

“관심이 있어서 잘하는 게 아니야, 해 봐야지”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잘하는 게 아니야. 해!”

“그러니깐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야. 해야지”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동안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다. 28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고 13년째 기업을 경영하고 있고 20년째 가정행복코치로 활동하면서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많이 겪었다. 승승장구하며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겪은 적도 있다. 결혼 생활도 만만치 않았다. 3박 4일 아내와 싸운 적도 있고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으로 인해 힘들어했던 기억도 난다. 건강이 나빠 오랫동안 약을 먹기도 했다.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겪다 보니 나름 삶의 지혜랄까 철학이랄까 이런 게 생긴다. 젊어서는 직장 생활하느라 바쁜 탓도 있지만 새로운 일을 시도할 엄두를 못 냈다. 아침에 출근하고 일 하다 퇴근하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매일 그렇고 그런 날이었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그냥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었다. 나름 잘 나갔고 평생 그렇게 살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인생은 없다. 시기의 차이일 뿐 언젠가 위기의 순간이 온다. 자신이 원해서든 또는 타의에 의해서든 그런 순간이 온다. 그때가 변곡점(터닝 포인트)이다. 누구든 이런 변곡점을 몇 번 경험하게 된다. 원튼 원하지 않든 변해야 할 시기다. 


이때 순응하고 변하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  ‘내게 왜 이런 일이..?’라며 부정하거나 저항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화살은 활을 떠났다. 싫든 좋든  화살은 과녁을 향해 가고 있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인정하고 순응해야 한다. 싫어도 필요한 것을 배우고 억지로라도 해 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성장한다. 그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IMF 시절 내가 다니는 회사가 부도났다고 했다.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같은 운명에 처했었는데, 내 친구 회사도 같은 시련을 겪었다. 그때 나는 경영을 맡아 심기일전했다. 내가 원해서 했다기보다 내게 주어졌기 때문에 안 할 도리가 없었다. 이왕 맡은 일 잘하리라 마음먹고 내 40대를 갈아 넣었다. 그러나 그때 내 친구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창업주를 욕하기 바빴다. 결국 내 친구 회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우리 회사는 8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그때 나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몸으로 체험했다. 그 이후 나는 웬만한 위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가지게 됐다. 


변곡점에는 새로운 사고, 새로운 각오, 새로운 행동이 요구된다. 원튼 원치 않든 변해야 한다. 그런데 왜 못 할까.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인간은 게으른 동물이다. 편하고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살던 대로 사는 것을 좋아한다. 편하고 익숙한 것만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기계가 녹이 슬 듯이 사람도 녹슨다. 머리를 쓰지 않아 판단력은 흐려지고 몸에는 지방이 쌓이며 근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태로 계속 살아가면 몸도 마음도 병든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껍질을 깨야 한다. 계란이 스스로 껍질을 깨면 병아리가 되지만 타인에 의해서 깨지면 프라이가 된다. 사람은 망치가 되거나 못이 되거나 둘 중에 하나다. 망치가 되면 못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지만 못이 되면 망치에 두들겨 맞아 소모품이 될 뿐이다. 


변해야 할 시점에 변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왜 누구는 망치가 되고, 누구는 못이 될까. 게으른  탓도 있지만 사실은 두려운 거다. 편하고 익숙한 것을 내려놓기가 두려운 거다. 게으름은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다. 10분 더 자고 싶고, 배가 부르게 먹고 싶고, 힘든 운동 안 하고 싶고, 귀찮게 머리 쓰고 싶지 않은 거다. 속으로는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은 틀리지 않다. 참 놀라운 일은 인생은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인생 후반전에 자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이 되었다고 말한다. 아니다. 내 인생은 내가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고 부단히 노력해서 온 결과다. 마음은 원치 않았는지 모르지만 몸이 원한 결과다. 마음 따로 몸 따로 산 결과다.


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운동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활동량이 줄어 ‘확찐자’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을 만나지 못해 개인이 가용한 시간이 늘었는데 왜 운동 안 할까? 헬스장 문을 닫아서? 덕분에 홈트레이닝 도구가 많이 팔렸다고 한다. 어디서든 하면 된다. 하는 사람은 한다. 내 아들은 운동 마니아인데 헬스장을 못 가게 되자 방 하나를 홈트레이닝 전용으로 바꿨다. 


나는 운동 마니아는 아니지만 홈트가 장기화되니 꼭 필요하다 싶어 몇 개의 장비를 구매했다. 덤벨도 추가 구매하고, 푸시업 바도 샀다. 주 4회, 1시간 이상이 목표인데 지난 주에는 6일이나 운동을 했다. 스트레칭 20분, 근육운동 30분, 플랭크 10분 정도 하면 이 날씨에도 땀이 난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 입구에 이런 문구가 있다. 

“I don’t find the time to exercise. I make the time to exercise.”  


누구나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나름 아이디어도 있고 계획도 있고 꿈도 있다. 그러나 그걸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꿈을 이루는 방법은 일단 시작하는 거다. 한 발을 내딛는 거다. 그러다 보면 방향이 보이고 방법이 나타난다. 그다음에는... 하늘에 맡기는 거다. 


물론 안 하던 짓을 한다는 것, 새로운 일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 더군다나 당장 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 일을 시도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정작 해야 할 때도 하지 않으면 살기를 포기한 인생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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