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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다"라는 말의 의미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다!"

이 말은 가수 서유석 씨가 부른 노래 제목이자 이어령 박사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널리 회자됐다. 젊은이들이 나이 든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선배들의 안타까움을 토로한 말이다. 



긴 추석 연휴, 가족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셨는지?

나는 이번 추석 연휴에 결혼한 아들과 미혼인 딸과 나눈 대화를 통해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다!"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됐다. 


먼저 아들과의 대화.

많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우리 부자 관계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와 갈등이 참 많았던 아들이다. 그랬던 아들이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아 벌써 6살이 되었다. 이젠 저도 성인이고 가장인지라 웬만하면 내가 인정하고 존중하니 요즘이야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어쨌든 살가운 관계는 아니다. 일상의 자잘한 주제는 주로 엄마와 나누고 나와는 굵직한 주제(정치, 경제, 부동산, 주식, 여행 등)로 소통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 온 가족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아들이 뜻밖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아들이 6살 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운데 미운 다섯 살이라더니 아이가 말을 안 들어 정말 속상하는 일이 많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서 "아빠, 제가 6년밖에 안 키웠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제가 중고등학생 때 한 행동이 아빠를 얼마나 실망시켰을지 짐작이 가요. 그런데도 아빠가 화내지 않고 기다려주시고 갈등이 생기면 늘 대화로 화해 시도를 하셨던 기억이 나요. 정말 아빠 같은 사람이 없어요. 아이를 키워보니 비로소 알겠어요. 늦었지만 감사드려요. 라고 한다. 정말 뜻밖이었다. 워낙 말이 짧고 과묵한 아이라 상상도 못 한 내용이었다. 옆에서 듣던 며느리도 "아버님, 애 아빠가 평소에도 아버님 훌륭하신 분이라고 자주 얘기해요"라며 거들었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내심 기뻤다. "그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나도 사실은 너랑 갈등하면서 할아버지가 이해되더라. 다 때 돼야 철드는 거야"라며 멋쩍게 웃었다. 


다음은 딸과의 대화.

그날 오후 딸내미와 양재천 산책을 다녀오면서 이어령 박사가 젊은이들에게 한 "넌 늙어 봤냐? 난 젊어 봤다"라는 말의 의미를 들려줬다.


내 나이 60대 중반이 되니 여기저기 몸이 불편한 곳이 생긴다. 큰 병은 없지만 근골격계 질환이 자주 생기니 여간 불편하지 않다. 어느 날은 손목 관절이 아프고, 어느 날은 목이 아프고, 또 허리가 아프다가 등짝이 아픈 날도 있다. 평소 주 4~5회, 한 번에 1시간 반 이상 운동을 생활화하는 데도 그렇다. 혹시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가 싶다가도 백세 인생인데 운동 안 하고 어찌 살랴 싶어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아마 동년배들 중에는 상위 5%의 운동량이지 싶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 보니 오래전에 유명을 달리하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76세의 나이에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 몰랐기에 나는 한동안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특별히 한 사건이 자주 생각난다. 돌아가시기 2년 전쯤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을 다녀오는데 아버지께서 아파트 4층 계단(당시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였다)을 오르는데 무척 힘들어하셨다. 그때만 때만 해도 왜 그러셨는지 몰랐다. 기력이 쇠하셔서 그런 건데 내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기에 전혀 짐작이 안 갔다. 그러다가 2년쯤 뒤 덜커덕 돌아가셨다. 그 연세가 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야 하는 건데 내가 그 나이가 되지 않아 경험을 못해봤으니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를 그렇게 일찍 떠나보낸 게 내가 자식 도리를 못 한 거 같아 너무 죄송스럽다고 딸아이 앞에서 때 늦은 후회를 했다. 그러면서 딸아이에게 "내가 이렇게 건강한 것 같아도 이제 점점 기능이 떨어질 거야. 아빠가 언제나 오늘 같지는 않아. 그러니 너희들이 그런 줄 알고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해. "라고 말했다. 딸아이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팔짱을 꼈다. "아빠, 잘 알겠어요. 잘 살펴볼게요. 건강하세요"라고 했다. 괜히 나도 콧등이 시큰해졌다. 


사람이 나이 든다는 건 젊은이들로서는 상상이 안 가는 일일 것이다. 젊어서 혈기왕성할 때는 다 아는 것 같아도 결코 모르는 것이 있다.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나이드는 것이다. 마치 남자들이 생리통을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젊은이들이여, 평생 젊은이로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여러분도 늙을 수밖에 없다. 가장 바람직한 건 미리 철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어디 그게 쉬우랴.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철들면 좋겠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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