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손목 교차로 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다. 동네 병의원, 한의원을 다녀도 잘 낫지 않아 근본적 치료를 위해 종합병원을 찾았다. 관절염 진단을 받고 두 달간 약을 먹었는데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 두 번째 방문해 의사에게 "가급적 손을 안 쓰는데 어쩌다 손목을 쓰면 여전히 아프네요. 잘 안 나아요"라고 호소했더니 의사 왈 "괜찮아요. 그 나이에는 류머티즘 관절염은 안 걸릴 거고, 손을 안 쓰려면 손이 왜 필요해요? 무리하진 말고 가볍게 쓰세요. 그리고 큰 병 아니니 걱정 마세요. 나을 거니까"라고 한다. 짧지 않은 기간 병으로 우울했었는데 기운이 솟는다. 근골격계 질환을 오래 알아본 사람들은 우울감이 어떤지 잘 안다. 말 한마디의 힘을 새삼 느낀다.
그런가 하면 의사 중에 환자에게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환자를 맥 빠지게 하거나 심지어 혼내는 분들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내 아내를 치료해온 의사는 몇 년째 치료하면서도 아내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한다.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아내는 기분이 상한다고 한다. 방송에 출연한 명의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이들은 실력은 뛰어난지 모르지만 인성은 개판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망각한 의사들이다.
의사뿐만이 아니다. 고객을 응대하는 모든 직업인들에게 해당된다. 방송 출연으로 유명한 어느 상담 전문가를 찾았던 내담자가 방송에서는 무척 온화해 보였던 상담가가 막상 만나보니 유명세를 내세우며 고가의 상담료를 요구하며 고압적인 자세를 보인다며 상담가와의 불편했던 감정을 내게 들려준 적도 있다. 감정 노동자를 함부로 대해도 안되지만 고객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전문적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모든 고객은 감정 고객이다. 고객을 왕으로 대접하지 못할망정 현금지급기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
칸트는 인간을 수단으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격에서나 다른 사람들의 인격에서나 인간성을 언제나 목적으로 간주해야지 결코 단순한 수단으로 대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모든 직업인은 자신의 직업을 통해 만나는 고객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런 고객 감동을 실천하는 기업에 고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스스로 충성 고객이 된다. 나아가 요즘은 SNS 덕에 '돈쭐'이라는 신종 팬덤 신드롬도 생겨났다.
나도 많이 반성한다. 가정행복코치라는 직업을 통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거나 힘이 되어주고 있는가를 되돌아본다. 내담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삼거나 전문가랍시고 그분들에게 상처 준 적은 없었을까. 가끔 나의 사명 선언문을 들여다보며 직업인이기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