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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위험에서도 당신을 지켜줄 거야

모처럼 심쿵했다!


"어떤 위험에서도 보호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지켜줄 거예요"


KBS2TV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에서 치매 걸린 미래의 외할머니가 손자사위인 윤시윤(현재)을 사위인 줄 착각하고 딸(수정)을 위해 뭘 해줄 수 있냐고 묻자 윤시윤이 대답한 말이다. 사실은 윤시윤이 배다빈(미래)에게 한 말이다.



같이 드라마를 보던 아내가 "어머, 멋있어, 멋있어"라며 호들갑을 떤다. 하긴 남자인 나도 심쿵했는데 아내야 어땠겠어?


그걸 보며 마음속으로 '나도 조만간 써먹어야지' 하고 있는데 마침 사건이 생겼다. 몇 년 전 아내가 사고를 쳐서 적지 않은 금전적 손해를 본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로 끝나지 않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최근 들어 또 곤란한 일을 겪게 됐다. 이런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아내인지라 고민이 됐는지 오늘 출근하려고 대문을 나서려는데 나한테 해결해 달라며 덜컥 서류를 내민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 아내가 내게 한 말이 있다 "이건 나한테 다 맡겨. 당신이 신경 쓰지 않게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고. 처음부터 나는 미심쩍었지만 아내가 그렇게 얘기하니 알았노라고 하고 신경을 끊었다. 그러나 결국 사달이 났고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 그때 내가 뒤늦게 그거 수습하느라고 몇 년은 늙은 것 같다.


그래서 아내한테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당신이 처리해야지"라며 거절했다.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건의 전말을 아내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집을 나섰는데 실망한 아내의 표정이 생각나 아내한테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결국은 아내가 처리 못할 텐데...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대충 알아본 다음 아내에게 연락을 했다. "이러저러하게 일이 진행될 거니 당신이 그 사람한테 연락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 그다음엔 내가 다 할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본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를 복붙했다. "내가 어떤 위험에서도 당신을 보호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지켜줄게" 그 말을 들은 아내가 울먹거리며 "고마워요. 큰 힘이 돼요'라고 말했다. ㅎㅎ 나 왜 이렇게 멋있지?


나 드라마 잘 안 보는데 앞으로는 열심히 봐야겠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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