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다이아몬드는 영원하지 않다

결혼식 비용, 결혼 만족도와 반비례

며칠 전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했다.

가족끼리도 친한 평생 친구라서 두 자녀 결혼식에 모두 참석했다.

특급호텔에서의 호화롭고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꽃값만 수천만 원에, 예식비가 수억 원대일 거라고 옆 사람이 귀띔해준다. 수년 전 먼저 결혼한 큰 아들도 이곳에서 호화로운 결혼식으로 하객들의 부러움을 샀던 기억이 난다.


최근 들어 작은 결혼식 선호 등 결혼식 비용을 최소화하고 그 돈으로 살림 마련이나 주택구입/전세금 등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 여력이 있는 커플이라면 일생에 최대 이벤트인 결혼 예식을 호화롭게 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먼저 결혼한 큰 아들이 안 보인다. 혼주에게 물었더니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 한다. ‘뭔가 사정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더 묻지 않았다. 호화로운 결혼식이었지만 왠지 혼주의 얼굴이 어두워보였다. 내가 예민한 걸까.


예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지만 그 댁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몇 년 전 읽었던 미국 연구 논문이 생각난다. 결혼비용이 높은 커플이 낮은 커플에 비해 일찍 이혼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이혼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경제적 이유’라고 한다.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부부생활이 파국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부부가 돈이 없이 결혼 생활을 지속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다.



앤드류 프랜시스와 휴고 마이앨런은 2014년 미국에서 결혼한 적이 있는 3,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사용하여 결혼 비용과 결혼 기간 간의 연관성을 평가하였다. 여러 인구 통계 및 관계 특성을 감안하여 결혼 기간이 약혼반지 및 결혼식에 대한 지출과 반비례한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상대방의 외모를 중시하는 커플이 무던한 커플에 비해서 일찍 이혼한다는 통계도 있다. 


두 연구 자료를 종합해 보면 커플이 약혼반지와 결혼 예식에 지출하는 금액은 외모에 대한 중요성과 마찬가지로 결혼 기간과 반비례한다는 결론이었다. 돈이 많아서 호화 예식을 치른 걸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또 외모가 뛰어난 커플끼리 결혼하는 것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문제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재산이나 외모 등 조건을 우선시하는 커플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조건이란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얼굴도 나이가 들면서 추해질 수 있고 돈이 많던 사람도 재산이 축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조건 변화에 쉬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위 결혼식을 떠올리면서 39년 전 우리 부부가 결혼할 때 일화가 생각난다. 그때 우리는 결혼 예물로 서로 

오OO 시계를 주고받고 나는 1부 다이아 반지를 받고 아내에게는 3부 다이아 반지를 해주기로 했었다. 그랬는데 아내가 다이아 크기를 5부로 해달라고 졸랐다. 아니, 이거 반칙 아니야.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에 다이아 크기에 따른 가격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차액이 전체 결혼 비용의 20% 정도 됐던 걸로 기억된다.) 철이 없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엔 안된다고 거절했지만 내내 마음에 걸렸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란 생각이 들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5부 크기의 반지를 해주고 결혼식을 치렀다.


그 후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결혼 후 몇 년 동안 집 사고 대출금 갚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아내가 내게 말했다. "그때 당신한테 다이아반지 5부 해달라고 해서 너무 미안해요. 이거 다 쓸데없는 건데… 팔 것도 아니고 판다고 해도 X값일 텐데 그땐 몰랐어요. 차라리 그 돈으로 집 사는데 보태 쓸 걸."이라며 후회했다.  결혼 30년이 지난 지금 그 다이아반지는 어떻게 됐을까? 나는 지금도 그 반지를 끼고 다니고 아내는 그걸 목걸이로 개조해서 차고 다닌다. 


그래서 우리가 오래 사나.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결혼예물로 딱히 부족했던 것도 아닌 것 같다. 어쨌든 한 여자랑 39년을 같이  살고 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그래도 나한테 최고의 행운은 지금의 아내를 만난 거다. (이 글을 아내가 보기 때문에 그렇게 쓸 수밖에 없다.) 잘 살고 있으면 된 거지 뭐.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이수경 작가의 책 보러 가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54625634

작가의 이전글 나는 어떤 위험에서도 당신을 지켜줄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