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2022 카타르 월드컵 대장정을 마치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1대 4로 대패했다. 역시 세계 축구의 벽은 높디높았다. 많은 국민들이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며 새벽잠을 설쳐가며 응원했지만 어쩔 수 없는 실력 차를 절감했다.
사실 16강전에 진출한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였다. 많은 언론들이 ‘도하의 기적’이라고 부를 정도였으니까. 조별 리그에서 우루과이와 비겼고 우승을 예상했던 가나에게는 패했으며 세계 톱랭커인 포르투갈을 이기지 않았나. 그렇게 보면 ‘축구공은 둥글다’란 말이 정말 실감 난다. 꼭 실력 차이로만 경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서. 축구가 야구나 농구와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기적을 기대하고 또 가끔 기적이 일어나는 거다. 그러나 기적은 말 그대로 기적일 뿐이다. 기적이 일상이 될 수는 없다. 기적을 일상으로 알고 살면 인생은 망조가 든다. 그게 바로 도박꾼의 삶이다. 도박을 하는 사람은 잃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늘 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박을 하는 거다. 그러나 도박해서 성공했다는 사람은 못 봤다.
한국과 일본은 똑같이 16강의 성적을 달성했는데 한국과 일본 축구를 바라보는 대내외 시각은 다소 다르다. 한국은 대표팀에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며 온통 축제 분위기인데 반해, 일본은 크로아티아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실축으로 져서 그런지 응원 열기가 썩 높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 팀에게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일본 팀에게는 ‘졌못싸‘(못 싸워서 졌다)하는 분위기다. 따지고 보면 조별 리그에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말이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독일과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똑같이 세계 16강이어도 자랑스러워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침울해하는 팀도 있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하고 싶고 행복하기 원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잘하기를 바란다.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란 한 개그맨의 유행어도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1등 할 수는 없는 거다. 다들 1등을 원하지만 2등, 3등이 될 수도 있고 또 꼴찌가 될 수도 있다. 그게 인생이다. 그래서 2등, 3등으로 사는 법도, 또 꼴찌로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 그럴 때 인생은 흐뭇해지고 아름다워진다. 그래 16등이어도 괜찮아. 꼭 1등 안 하면 어때? 1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Best Me가 아닌 Better Me가 더 아름답다. 그래서 세계 축구계가 이번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 국가의 16강 진출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 것이다.
자. 어제 대표팀이 귀국하면서 이제 한국 축구의 월드컵 시계는 멈췄다.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보자.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 후 무엇이 달라진 게 있는가. 우리 축구의 위상이 달라졌는가? 내 개인의 삶이 나아졌는가? 그때 잠깐 기분 좋았을 뿐이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이번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다면 뭐가 달라질까? 2002년처럼 기분 좋은 상태가 연장됐겠지만,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글쎄다. 며칠 더 새벽잠을 설쳤겠지.
월드컵의 한국 축구는 멈췄어도, 삶은 계속된다. 16강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 대표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 이제 월드컵의 함성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 축구 선수는 또 공을 차고, 나는 또 내 일을 하자. Best Me가 아닌 Better Me를 지향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