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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sol May 23. 2024

와인업계의 AI 기술 활용



일상 속의 AI

주말에 해야 할 작업이 생기면 종종 이용하는 공유오피스가 있다. 바깥의 날씨와 크게 관계없이 늘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적절한 조명과 음악 덕분에 효율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다. 공간의 상태에 예민한 나 역시, 유독 이곳에서만큼은 쾌적함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공유오피스의 안락한 분위기가 AI(인공지능) 기술 덕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앱의 QR코드를 이용해 출입하는 순간부터, 자동화된 시스템을 갖춘 AI가 공유오피스의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관리하고 있었다. 무인 공유오피스의 장점은 공간 자동관리 기술을 통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인력 및 전력 사용 비용 등은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관계하고 있는 AI 기술이 전통 깊은 와인 산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AI 기술이 가져온 와인 소비의 변화

소비자의 관점에서 먼저 살펴본다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비비노'나 '와인서쳐' 같은 AI 기술 기반 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와인을 구매할 때 생소한 와인의 레이블을 스캔해 해당 와인에 대한 정보(가격, 품종, 스타일 등)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세상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와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집단적 경험이 쌓인 데이터베이스가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앱의 의미 있는 특징은 소수의 와인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의 의견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와인을 마시며 직접 기록한 리뷰들이 '머신 러닝(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 및 기법)'을 통해 와인에 대한 정보를 이끌어 낸다.


국내에서는 '퍼플독'이나 '비노스타'와 같은 AI 기술을 활용한 와인 정기 구독 서비스 플랫폼이 눈에 띈다. 이들은 일반 소믈리에가 아닌 AI 버틀러가 특허받은 와인 추천 시스템에 따라 와인을 취향에 맞게 매칭하고, 와인에 대한 소비자의 피드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리매칭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구독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듯 근사하게 포장된 와인과 친절하게 적힌 테이스팅 노트를 받아보면서 미처 몰랐던 자신의 와인 취향을 섬세하게 발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AI 이슈가 막 대두되었을 무렵, 와인업계에서 '이러다 AI 소믈리에도 나오는 거 아니야?'라고 했던 질문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와인 구입에서부터 보관, 추천에 이르기까지 와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습득한 소믈리에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딥러닝(학습능력) 기능이 있는 AI 기술이 해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AI 추천 시스템을 갖춘 무인 와인 숍이 생겨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이 가져온 와인 생산의 변화

와인 소비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생산의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래된 전통과 직관에 의존했던 와인 생산자들 역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포도 수확부터 발효까지의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자본력을 겸비한 대규모 와이너리에서는 AI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포도 수확 시기를 판단하고 필요한 물의 양과 토양 상태를 평가한다. 국내의 소비자들도 열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포도밭 위로 날아다니는 풍경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는 질병이나 해충 등으로 인한 피해를 겪거나, 물이 필요한 포도 덩굴을 정확히 식별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농작물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확량을 추정하며 인건비를 절감한다.


최근 기후변화 이슈로 포도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인 생산자들에게 AI 기술은 점점 쓰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인 농작물 관리와 수확 시기의 최적화, 그리고 적절한 와인 생산 방법을 찾는 데 있어 어느 때보다 친환경 AI 기술의 발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와인업계의 성장을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카페나 식당에서도 키오스크 주문이 늘어나고 있고, 서빙하는 로봇도 자주 눈에 띈다. Chat GPT는 또 어떠한가?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뿐만 아니라, 소설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등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창작 활동에까지 가능성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 속에서 인간은 소외감과 위기의식을 느끼기 쉽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인공지능(AI) 윤리'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와인업계 내에서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 속에서, 적극적 수용과 비판적 견해가 동시에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이 늘 옳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AI 기술의 발전 때문에 인간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와인 산업 자체가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스킨십을 나눌 수 있는 '인간 소믈리에'는 여전히 와인업계에서 핵심적인 존재이며, AI와의 공존을 위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들이 존재한다. 국내의 와인시장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와인의 대중화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겠다.   




 출처: 와인21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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