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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싼 Aug 03. 2024

미국 공립 초등교사 연금과 세금

너무나도 다른 두 가지 ‘금’

새로운 회차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번 교사 봉급에 관한 주제를 다뤘던 포스트가 조회 수 6만을 넘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아직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너무 신기해서 유입 경로를 확인해 보니 아마 내 글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잠깐 나왔던 것 같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이 기분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댓글들을 읽으며 좋은 자극도 받았다. 처음에는 내 글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는 댓글이 있어 마음이 심란하기도 했는데 어쩌면 내가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내 의도를 분명히 나타내지 않은 모자람도 있을 거란 자기반성으로 앞으로 좀 더 꼼꼼히 내 글을 살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계기로 독자들께 내 모든 글이 내 경험과 관점에서 비롯되었으며 인용된 자료와 통계치 또한 대부분 내가 살고 있는 주의 예시를 나타내는 참고 자료일 뿐, 미국을 일반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실히 하고자 한다. 한 가지 더, 정보성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혹여 내가 틀린 부분을 전달하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여러 번 사실을 확인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거치느라 단순한 수기보다 훨씬 많은 고민과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 부디 나의 현명한 독자들께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읽어 주시길, 비판이나 의문점을 제기하기 전에 본인이 놓친 부분은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댓글을 달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연금은 득이요 세금은 실이랴, 똑같이 금으로 끝나는 단어인데 한쪽은 나에게 희망을 주고 다른 한쪽은 절망을 준다는 점에서 극과 극의 의미를 가진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을 때 무조건 좋은 것부터 고르는 나는 이번에도 희망적인 부분부터 먼저 기분 좋게 시작해 보려고 한다


  미국 내에서 교사들은 박봉이어도 연금을 보며 버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금 혜택이 타 직종에 비해 뛰어난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 대부분의 직종이 그렇듯 교사들 또한 모든 주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 없이 다양한 연금 제도와 개인적인 재정 계획에 따라 은퇴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연금제도는 주마다 다르고 대체로 주정부 기관에서 담당하는데 주마다 부르는 명칭도 제각각이다.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워싱턴 주에서는 DRS (Department of Retirement Systems)라는 기관에서 주 내 공무원, 교사, 경찰관 및 기타 공공 부문 근로자들에게 연금 및 은퇴 계획을 제공한다.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워싱턴 주에서는 처음 교사로 채용되면 교사를 위한 은퇴 시스템인 TRS (Teachers’ Retirement System) 플랜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는데 Plan 2, Plan 3라고 불리는 이 두 플랜은 기여금, 은퇴 후 혜택, 조기 은퇴, 퇴사 시 기여금 반환 면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Plan 2는 확정급여형으로, 연금액이 최종 평균 월급과 근속 연수에 따라 결정되는 시스템이며, 근무 기간 동안 고정된 비율로 기여금을 납부하여 은퇴 후에는 일정한 금액을 받게 되므로, 오랜 기간 한 직장에서 근무할 계획이며 안정적인 은퇴 소득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Plan 3는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의 혼합형 연금 형태로, 연금액이 부분적으로는 Plan 2처럼 최종 평균 월급과 근속 연수에 따라 결정되고, 다른 부분적으로는 투자 성과에 따라 결정된다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기여율 옵션과 더불어 개인 계좌에 기여한 금액을 직접 투자할 수 있고 투자 성과에 따라 연금액이 변동될 수 있으므로,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적극적으로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이 선택하면 좋은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정상 은퇴 (은퇴 연금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연령 혹은 경력) 제한도 Plan 2에 비해 낮은 편이라 중간에 직장을 옮기거나 경력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는 교사들이 많이 선택하는 플랜이다.


  워싱턴주의 교사 연금 제도를 동일 직종 한국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Plan 3 같은 투자가 가능한 제도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근속 연수와 최종 평균 월급을 기반으로 연금액을 산정한다거나 교사와 고용주(정부/교육구)가 연금 기여금을 분담하는 부분은 얼추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더욱 자세한 정보는 DRS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알 수 있다. State of Washington: Department of Retirement Systems


  다음으로 별로 반갑지 않은 세금 부분을 살펴보자면, 한국도 요새 높은 세금 문제가 큰 화두인 것 같은데 비교는 독자들의 몫이지만 미국에서의 세금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사견이다. 물론 이 부분은 특히나 주마다의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어떤 주는 소득세가 전혀 없는 반면, 다른 주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또한, 연방 소득세뿐만 아니라 주 소득세와 지방 소득세까지 고려하면 세금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 


  미국에서 교사 급여 명세서를 받으면 보통 한국처럼 급여 총액 (gross income)과 실수령액 (net income)이 나뉘어 적혀있고 통상적으로 아래와 같은 공제항목(deductions)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메디케어세는 65세 이상 및 특정 장애인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 연방 정부의 건강 보험 프로그램에 내는 세금을 말한다.


  다음은 내가 지난달에 받았던 급여 명세서에서 공제항목만 발췌한 부분이다.

  

  가장 윗 항목부터 간단히 설명하자면 EMP Pd LTD는 고용주가 제공하는 장기 장애 보험 (Employer Paid Long-Term Disability Insurance)으로 급여의 60%를 보장하는 보험료인데, 직원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장기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는 보험에 지급하는 비용이다. 다음은 가장 높은 부분을 차지하는 연방소득세 (Federal Income Tax), FICA의 경우 Federal Insurance Contributions Act라고 해서 미국의 연방 보험 기여법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인데 사회 보장 프로그램 (Social Security)나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데 사용이 된다고 한다. HAND WA - PAYROL이라고 되어있는 부분은 세금이 아니고 내가 ELL 교사로 일하면서 받은 추가 수당이 있었는데 이미 수표로 받았던 걸 이중 지급받는 바람에 다시 가져간다고 명세서에 끼워 넣었다. (자기네들이 손해 보는 입장에서 만큼은 일처리가 빠릿빠릿한 미국 공무원들 아니랄까 봐 가차 없이 빼버렸다ㅎㅎ) 그다음 Medicare와 TRS Plan 2는 각각 메디케어 세, 연금 공제액이고 UMPACP는 건강보험료, UNION은 교원연합(?) 혹은 노조 회비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 교육구는 노조 회비가 다른 곳에 비해 센 편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일을 기똥차게 잘한다. WA CARES FUND는 한국에도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고 Worker’s Comp는 산재보험 (Worker’s Compensation)으로 대부분의 주에서 법적으로 꼭 요구되는 사항이다. 


  얼마 전 어떤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현직 교사로 일하시는 분의 급여 명세서를 보게 되었는데 세금과 공제액 합쳐서 급여 총액의 18-20% 정도 됐던 것 같다. 물론 한국도 개인차가 크겠지만 내 급여명세서를 보면 자그마치 42%가 공제로 날아간 것을 볼 수 있다 (눈물). 그래도 그나마 워싱턴주는 주 소득세가 없어서 너무 다행이지만 주 소득세마저 높은 주의 교사들은 더 많은 금액을 공제액으로 지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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