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 초등교사 어떻게 되는 건데? (1)
1단계 - 교사 자격증 따기
미국은 주마다 교사가 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50개 주를 통틀어 현지 교사들이 선택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 (Teacher Preparation Program)을 이수하는 것이다. 사설에서 제공하는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들도 있지만 장학금 기회도 적고 비용도 많게는 두 배 이상 높을뿐더러, 인증된 체계가 없어 교생과 같은 실습 과정이 잘 정돈되어 있지 않고, 운이 좋게 자격증을 받는다 하더라도 정통적인 방법이 아닌지라 교사 채용 과정에서 어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워싱턴주 예시]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 주에는 Eastern Washington University, UW-Bothell과 같이 학부 과정 중에 바로 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대학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부 과정 이후 별도로 교육 대학원 산하의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교사 자격증뿐만 아니라 교육학 석사 학위 (Master in Teaching)를 함께 증여하기도 하는데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주에서 요구하는 기본 과정 외에 석사 학위에 필요한 학점을 추가로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2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몇몇 대학들이 교사 자격증과 석사학위를 1년 만에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2년 과정을 1년으로 압축해 놓았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며, 강도 높은 수업들과 더불어 학습량도 월등히 많게 짜여 있다. UW-Seattle과 Seattle University가 1년 과정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두 학교로 원래 교육학으로 유명한 두 대학이 가진 장점들과 함께 뛰어난 교수진과 풍부한 자료, 지도 교수의 1:1 도움을 받으며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교사 자격증과 석사 학위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2018년도 재학 당시 두 학교의 프로그램은 거의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되었으며, 명망답게 지원하는 절차와 기준이 다른 대학교들에 비해 조금 더 까다로운 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체적으로 워싱턴 주내 대학교에 있는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1) 4년제 대학 학위 2) 이력서 (resume/cv) 3) WEST 시험 통과 점수 4) 교육 경력 관련 추천서 2장이 필요하다. 외국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지원자의 경우 TOEFL 점수가 요구되며, 프로그램 수준에 따라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사항 외에 GPA에 커트라인을 붙이거나, 추가로 에세이나 필기시험, 추천서, 그룹/개인 인터뷰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타주, 혹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서 교사 자격증을 이미 소지한 경우에는 대학교 프로그램을 통한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임시/조건부 교사 자격증 (emergency/conditional certificate)을 받을 수 있는데 워싱턴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 치르는 기본 WEST-B 시험들을 모두 통과해야만 임시 교사 자격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같은 워싱턴주 안에서도 교육구에 따라, 그리고 그 교육구가 처한 고용 상황에 따라 임시 교사 자격증이 있는 지원자를 정식 교사 자리에 채용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정식 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도 한다. 반대로 임시 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을 채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학교들도 있다. 대부분 미국의 공립학교는 한국과 다르게 국가 차원에서 획일적으로 진행하는 임용 방식이 아닌, 회사에 지원하듯이 원하는 교육구에 이력서를 넣고 해당 인사부(HR)와 1차 인터뷰를 본 뒤, 이후에 원하는 학교와 포지션(학년/특수/전문 교사)을 선택해서 다시 한번 그 학교의 관리자들과 인터뷰를 보고 최종적으로 채용이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교육구와 해당 연도 고용 상황에 따라 2차 인터뷰를 생략하고 인사부에서 바로 발령을 보내주기도 한다. 해서 임시/조건부 교사 자격증이 채용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교육구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WEST (Washington Educator Skills Tests) 시험이란?
워싱턴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모든 정식 시험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웹사이트 (https://www.west.nesinc.com/)를 통해 등록할 수 있다. 시험장과 시험 날짜, 시간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컴퓨터로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신분증과 등록증 외에 특별한 준비물이 없다. WEST-B는 그중 가장 기본적인 시험으로서, Reading, Writing, Math 총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과목 2-3시간 정도의 시험 시간이 주어지며, 과목별로 다른 날짜에 나누어 시험을 볼 수도 있다. 과목마다 50-60개 정도의 선다형 문제들이 출제되는데, writing은 별도로 2개의 서술형 문제가 추가된다. 경험상 미국의 수능 격인 SAT보다 난이도가 낮았고, 세 과목을 같은 날 한꺼번에 보았는데 주어진 시간의 절반인 3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뿐만 아니라 같이 시험을 치렀던 응시자들 대부분 나와 비슷한 시간 혹은 더 빨리 마쳤던 걸로 보아 출제기관에서 시간을 여유 있게 준 것 같다. 시험을 보고 나면 시험장에서 곧바로 점수를 볼 수 있고 통과 여부 또한 그 자리에서 바로 알려준다. 통과를 못할 경우 크게 낙심할 필요 없이 응시료만 지불한다면 계속해서 재시험을 볼 수 있다. 물론 기출문제들은 매 회 달라진다.
가장 기본적인 WEST-B는 워싱턴 주내 모든 교사를 위한 시험이며, 추후에 초등 교사는 NES Subtest 1,2를 봐야 하고, 중/고등 교사들은 가르치는 교과목 특정 시험을 치러야 한다. 미국 내에 기본 교사 자격증은 크게 두 분류인 Elementary (초등 k-8)/ Secondary (중등 6-12)로 나뉘는데 지원자의 필요에 따라 자격 요건 (endorsement)을 추가할 수 있다. 기본적인 초, 중등 교사 자격증에 많이 덧붙이는 자격 요건들에는 ELL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 자격), Special education (특수 교사 자격), bilingual education (이중 언어 교사 자격) 등이 있다. 초등 교사 자격증 소지자 일지라도 WEST에 있는 중등 과목 시험을 통과하면 해당 과목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다.
edTPA는 꼭 봐야 하는지?
답부터 말하자면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앨라배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edTPA 없이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edTPA는 한 때 미국 내 교사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관문으로, 보통 교사 양성 과정 끝마무리 단계에서 치르는 포트폴리오 형식의 시험이다. WEST와는 별개의 시험으로 WEST가 워싱턴주 지원자들만 보는 반면, edTPA는 워싱턴주를 포함한 18개의 주에서 정식 시험으로 채택되어 교사 자격증을 받는 데 매우 중요한 조건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응시료는 300불로 꽤 비싼 편이며, 커트라인은 주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edTPA는 앞서 말했듯이 포트폴리오 형식의 시험으로, 일반적으로 40장 내지 많게는 60장 가까이 교생 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실습 환경과 자신이 적용한 교수법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되어있는데 직접 가르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 녹화파일과 더불어 학습 지도안, 학생들의 실제 학습 샘플과 환경과 성취도를 분석한 데이터 등 다양한 부가 자료들을 필수로 첨부해야 했다. 공정성, 비용의 문제로 현재는 대부분의 주들이 edTPA를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워싱턴주 또한 코로나가 만연했던 2021년을 기점으로 edTPA를 교사 인증 요건에서 제외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힘들긴 했지만 edTPA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많고, National Board (국가 공인 우수교사 자격)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큰 도움이 되었으므로 다시 필수요건으로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