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 이력서(Resume) 준비
공립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구직을 위한 이력서를 새로 작성하거나, 혹은 기존의 작성해 놓았던 것을 재정비해 놓는 것이 좋은데, 그전에 우선 취업하고자 하는 특정 교육구나 학교의 분위기와 시스템을 알고 있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만 해도 294개의 교육구가 있으며, 각 교육구마다 학생, 커뮤니티 구성은 물론 채택하여 사용하는 커리큘럼과 교사 평가 방식이 다르고 지역 별 지향하는 교육 성향 편차가 크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교육구 웹사이트에 방문하거나 문의 전화를 하는 등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나와 잘 맞는 업무 환경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또한 거주하는 집과 학교의 통근 시간을 잘 고려해서 지원해야 한다.
관심 있는 교육구를 정하고 난 후에는, 웹사이트를 통해 어떤 포지션(직책)이 열려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특정 학교에 특정 학년 교사 자리를 포스팅해 놓은 곳도 있고, 'pool (후보군)'이라고 해서 학년에 관계없이 차후 상황을 대비해 우선적으로 교사들을 뽑아 놓는 시스템도 있다. 규모가 큰 교육청일수록 pool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교육청은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할 수 있는데, 간단한 인적 사항과 더불어 교육 자격증, 이력서, 희망하는 직책, 대학교 성적 증명서, 추천서 등을 업로드하는 과정을 마치고 제출하면 교육청 내 인사부에서 1차 서류 검증 후, 해당 지원자에게 관심이 있으면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추후 인터뷰 날짜를 잡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에 따라 추가적인 심사 단계가 있기도 한데, 2019년 내 경험상 벨뷰(Bellevue) 교육청은 100문제에 가까운 교사 적성 검사를 치르게 했고, 이사콰(Issaquah) 교육청은 교육 철학 관련 질문에 답하는 500자 에세이를 2장 요구했었다. 이력서는 전반적인 채용 과정에 가장 기본적인 관문이자, 교육구에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로, 한국과는 달리 서류 심사 합격 여부를 바로 알려주지 않는 곳이 많아 차일피일 기다려야 한다. 9월에 새 학기가 시작하는 미국 학교 시스템에서 다음 연도를 위한 교사 지원과 이직은 빠르게는 2월부터 시작되는데, 예로 나와 프로그램을 같이 했던 친구는 2월에 지원한 곳에서 8월 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서류가 합격했고 교육청으로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내가 다녔던 교사 양성 프로그램에서는 이력서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다. 교수진과 대학원 안에 상주하며 일하는 커리어 코디네이터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주었던 건 바로 이력서에서 나타나는 디테일과 성취도였는데, 예를 들자면 ‘I taught 2nd grade'가 아닌 'I taught an integrated curriculum to a 2nd grade class of culturally and linguistically diverse students'로 조금 더 자세한 사항들을 덧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designed, developed, directed, conducted, managed와 같은 능동적이고 참여적인 동사들을 많이 쓰는 것과 더불어 미국에서 교사 자질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 collaboration(협동 능력)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많이 어필하라는 점이었다. 아래 이미지는 내가 3학년 교실에서 student teaching (교생)하며 활동한 사항들을 이력서에 적은 부분을 캡처한 것인데 대학원 프로그램을 하며 미리 배웠던 좋은 팁들 덕분인지 나는 첫해 내가 지원한 5 곳 모든 교육청에서 일주일 만에 인터뷰 초청을 받았고, 운이 좋게도 인터뷰를 했던 모든 곳에서 오퍼를 받게 되었다. 이력서가 막연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좋은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