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사랑할까, 전시할까

전시동물의 삶

by 여유

MBTI가 열풍이다. 2020년 코로나19 전염병 발생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사람들은 자기탐색의 욕구로 각종 성격 검사를 해보기 시작했다. 그 중 MBTI가 가장 큰 붐이다. MBTI 열풍의 이점은 대중들이 서로 다른 성격에 대한 이해 수준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특히 외향형, 내향형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생겼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기와 같이 있는 것을 기가 빨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또 사람들이 자기랑 다르게 자극 역치 수준이 높아서 밖에서 사람들과 하루 종일 놀고 와도 에너지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도 MBTI 열풍 이후 벌써 4년째, MBTI를 물고 씹고 뜯고 주변 지인들에게 대입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내가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은,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E냐 I냐를 떠나서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다. 아무리 사람을 좋아하고 E인 친구들도 완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했다. 누구나 어느 정도 그동안 받은 자극들을 처리해야할 시간이 필요하다. 기분이 흥분되고 격앙되는 때가 있으면, 다시 소강 상태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 균형이 있어야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동물 카페, 라쿤이 의자 위에 늘어져있다. 언뜻 죽은 것 같다. 사람들이 지불한 돈에 마땅하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라쿤이, 그 역할에 맞지 않게 늘어 있자 직원이 한숨을 쉬며 다가간다. 목덜미를 잡아 들어올려 이리저리 흔들고 다른 의자에 내팽겨친다. 사람들이 다가와 둘러싼다. 귀엽다며, 털이 보드랍다며, 라쿤을 마구 쓰다듬는다. 같은 시각 다른 라쿤 카페, “꺄악!” 소리가 들린다. 라쿤이 한 사람의 손을 콱 문 것이다. 다행히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놀란 사람은 라쿤을 째려보며 라쿤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린다. 한쪽에서 다른 라쿤은 구석지에서 계속 반복적이고 병리적으로 이리저리 펄쩍대고 있다. 이를 정형행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형 행동(stereotyped behavior)이란, 틀에 박힌 것 같이 가소성 없이 반복되는 행동을 말한다고 했다. 얼마나 답답하고 미칠 것 같으면 이런 행동을 보일까? 그것도 야생에서 살아오던 얘들이 흙 냄새를 맡고, 나무 풀을 마구 뛰어다녀야할 얘들이 반딱반딱한 실내 바닥에서, 온 종일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돼있고, 혼자 있는 시간도 잠시 사람들이 자신을 마구 만지니 그럴만도 하다. 혼자 있고 싶고 쉬고 싶은 감정이 느껴본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들의 심정이 어떨지 대입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동물의 삶이란 이리도 기구하다. 동물카페에서 전시되는 라쿤, 개, 고양이, 동물원에서 전시되는 곰, 호랑이, 펭귄, 돌고래, 각종 해양생물들, 그리고 소싸움에 동원되는 소들, 도박에 걸어지는 경주마, … 사람들이 예쁘다, 귀엽다, 신기하다고 하고, 동물들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을 볼 때마다 정말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에 대한 수많은 온갖 노래들과 영상들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이지만 고린도전서 13장에 사랑에 관한 구절은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 그 대상에게 정말 무엇이 좋은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사랑이다. 때로는 그냥 그 대상에게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는 것이 사랑일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지금 시대에 개와 고양이의 지위는 올라갔으나 전시 동물로서의 삶은 디지털과 인정 욕구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피폐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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