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것은 왜 항상 힘든 것일까.
몇 주 전만 해도 갑자기 20도 가까이 올라갔던 기온이 뚝 떨어져 지난 주말부터 매일 영하를 기록하고 눈까지 내리는 등 꽃샘추위가 만만치 않다. 오늘 밤부터 내일 사이에 또 폭설이 예보되어 남편 회사에서는 재택 근무를 통보했다고 한다. 겨울 내내 눈도 한두번 온 게 다였고 낮에는 거의 영상이었다가 2월 말 3월 초부터 20도까지 쭉 올라가길래 이대로 봄이 오는가 들떴었다. 물론 30년 경험에 비추어 한 두 차례 꽃샘추위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지난 주말 영하 10도, 이번 주말부터 또 내내 영하에 폭설까지 온다니 꽃샘추위가 아니라 겨울이 다시 시작된 것 같다.
원래 딱히 어디 나갈 일도 없는 프리랜서(반백수) 가정주부지만 날씨마저 추우니 정말로 집순이가 되어 간다(이틀 째 집 밖에 안 나갔고 내일도 폭설이라 안 나갈 예정이다...). 겨울 동안 그래도 요가, 도서관 수업 등 나름대로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사회 생활을 하려 노력했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자전거도 타고, 테니스도 시작하고,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하고 싶은 일이 태산인데 3월은 역시 기대보단 실망이 큰 달인 것 같다. 그나마 여기는 일요일부터 일광절약시간제가 시작되어 저녁에는 7시까지 환하다. 한겨울에는 정말 4시 반부터 깜깜해지는데 한여름이 되면 거의 8~9시까지는 활동할 수 있을 듯하다.
나이가 들면서 날씨에 따라 기분이 정말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비가 오거나 우중충한 날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이 없다. 그럴 때는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나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오히려 축복이기도 한 것 같다. 억지로라도 활동을 하게 되고 또 집중을 하다보면 금세 날씨에 대해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날 집에 있게 되면 한없이 더 우울해지고 하루종일 멍하게 있거나 낮잠이나 자기 일쑤이다. 하루종일 씻지도 않고 집안에서도 움직임을 최소화하게 된다. 반대로 해가 나는 날에는 집에만 있어도 의욕이 넘치고 꼭 밖에 나가지 않아도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겨울이 봄에 순순히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듯, 세상만사도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진리인 것 같다. 겨울이 있어야 봄이 있고, 또 언젠가는 봄이 올 것을 알기 때문에 겨울을 버텨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일년 내내 캘리포니아 같은 날씨이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또 변함없는 날씨가 지루하기도 하다니 무엇이 더 나은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몇 년 째 커리어 전환기에서 겨울 아닌 겨울을 맞고 있는 내 인생에도 계절의 봄과 더불어 조금씩 싹이 트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 봄이 오면 피어나는 새순과 더불어 나의 인생도 조금 더 자라나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