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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May 31. 2021

병원 응급실에서 아내와 딸이 사라졌습니다

영화 '프랙처드'

아내의 친정 부모님과 추수 감사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 옆자리에 앉은 아내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입니다. 결혼해서 산 지 몇 년이 지났어도 아내의 부모님은 남편인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그 ‘못마땅함’을 내내 느끼며 식사하는 자리였는데요.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죠. 그 자리를 일찍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말다툼 사이 뒷자리에 앉은 딸아이가 자신의 휴대용 플레이어가 작동되지 않는다며 말을 거는데요. 원인은 배터리 문제였죠. 이를 계기로 그들은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합니다. 딸과 아내는 화장실에 가고 나는 가게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사서 나오는데요. 차에 돌아온 딸은 자신의 장난감이 없어졌다며 찾기 시작하죠.


아내는 다시 화장실로 나는 차 뒷좌석에서 찾아보기로 하는데요. 아이를 차에서 잠깐 내려놓고 뒷자리를 정리하는 도중 딸이 나를 부릅니다. 정신없어 죽겠는데 딸까지 또 왜 이러는지 뒤를 돌아본 순간. 아뿔싸. 딸은 떠돌이 개에게 위협받고 있었죠. 거기에다 딸이 서 있는 곳은 공사 현장이었고 한 걸음만 더 가면 몇 미터 일지 모르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딸을 안심시키면서 주변에 있는 돌을 집어 들어 개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던 도중 겁을 먹은 딸은 결국 뒤로 떨어지고, 딸을 잡으려던 나도 같이 떨어졌죠. 정신을 차려보니 딸은 바닥에 누워 있었고 뒤늦게 내려온 아내가 울고 있었죠. 아내가 어떻게 된 거냐며 다그치는 와중에 딸은 다행히 의식이 돌아옵니다. 그러나 팔이 부러진 것 같았고 구급차를 부르는 대신 직접 운전해서 병원 응급실로 향합니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딸을 구하려다 같이 떨어지게 되는 아빠.


병원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진료 접수부터 지치게 했습니다. 앞서 줄 서 있는 대기자들을 기다려야 했고 어렵게 접수하러 가서는 기본적인 인적사항, 약물 반응 등에 대한 것들을 캐묻기 시작했죠. 아이는 아파 지쳐 잠들었는데 무덤덤한 태도에 슬슬 짜증이 오를 때쯤 담당 의사가 정해집니다. 사고 경위에 대해 들은 의사는 팔에 생긴 골절 이외에 다른 증상은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 뇌 CT를 찍어보자고 하는데요. 딸을 위해 그러기로 하죠.


팔에 기본적인 처치 이후 휠체어를 타고 CT실로 향하는 딸. 보호자는 1명만 같이 갈 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별일 없을 거라 아내와 딸을 안심시켜 내려보낸 후 대기실 의자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요. 일어나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죠. 아내와 딸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진 나는 접수했던 곳으로 가 상황을 확인하는데요. 딸이 이름으로 환자 접수된 건이 없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분명히 직접 직원을 통해 접수했고 의사의 진찰도 받았으며 CT실로 내려가는 것까지 확인했는데… 병원에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이 이상한 병원에서 내 가족을 찾아 탈출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아내와 딸을 잃어버린 아빠. 병원이 뭔가 숨기고 있다.


생각 없이 넷플릭스에 접속했다가 오랜만에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봤습니다. 병원에서 아내와 딸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 남자는 이때부터 병원에 맞서기 시작하는데요. 영화 속에서 보여준 병원의 태도와 상황이 남편의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게 됩니다. 관객들은 부디 딸과 아내를 찾아 무사히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길 함께 바라게 되죠.


영화 중반쯤 이런 생각이 드셨다면 여러분도 저처럼 영화의 어느 지점부터 믿게 되신 거겠죠. 여러분,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개봉했던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에선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믿기 시작하는 순간 속기 시작하는 거야’


영화는 막판 5분을 남겨두고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합니다. 그동안 내가 봐왔던 것은 뭔가 하는 의심이 드는데요. 영화를 끝까지 보신 후 처음부터 다시 눈여겨보신다면 영화 사이사이에 내가 놓쳤던 부분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은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과연 남편은 가족들을 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영화 속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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