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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Oct 14. 2021

인생에도 내비가 있다면…이런 사람이 봐야 할 영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순간들이 있죠. 이를테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를 때나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이 정말 내 길이 맞나 싶을 때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이런 고민에 한 번이라도 빠져봤던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해답이 될 만한 영화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스태프로 일하던 신예 김초희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편 데뷔작인데요.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각종 영화제 신인 여우상, 신인 감독상 후보에 오르며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입니다.  


영화 프로듀서였던 찬실(강말금 분)은 자신이 따르던 감독이 돌연사하자 졸지에 실업자가 되고 산동네 하숙집으로 이사한다.


영화 제작 발표회가 끝난 뒤 모인 술자리에서 과음한 탓에 감독이 갑자기 돌연사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평생 이 감독과 일해왔던 프로듀서 찬실(강말금 분)은 졸지에 실업자가 되고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동네 하숙집으로 이사합니다.


당장 먹고살 돈 한 푼 없던 찬실은 친한 여배우 소피(윤승아 분)의 집 가사도우미 일을 자처하는데요. 그곳에서 단편 영화감독이자 소피의 불어 선생님 김영(배유람 분)과 처음 만납니다. 일 외에도 매일 바쁜 소피를 대신해 집에서 자주 마주치다 보니 썸 아닌 썸을 타죠.


그렇게 가사도우미로 지내던 어느 날 영화사 박 대표(최화정 분)에게 연락이 옵니다.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찬실에게 현실적으로 함께 일하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을 전하는데요. 현실이 뭐냐 묻자 ‘감독은 유일무이한 존재이지만 PD는 없어도 얼마든지 영화 만들 수 있다’에 이어 ‘영화 PD가 뭐가 중요하냐’고 대못을 박습니다. 감독이 살아있을 때는 ‘한국 영화의 보배’라며 치켜세우더니…… 일에 파묻혀 살아온 찬실에게는 마치 인생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죠.


한겨울, 난닝구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장국영(김영민 분). 오직 찬실의 눈에만 보이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인생에서 최악이라면 바로 지금인가 싶었을 무렵 난닝구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미스터리한 인물 장국영(김영민 분)을 마주치게 되는데요. 영화를 그만해야 하나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던 찬실에게 “영화보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라는 숙제를 남깁니다. 이 말을 들은 찬실은 그동안 일 때문에 내팽개쳐져 있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기 시작하죠.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주제도 주제지만 영화 속 인물들 속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찬실은 평생 일만 하며 살았지만 인생에서 (타의적으로) 일이 빠졌을 때 공허함을 느끼며 방황하는데요. 직장인이라면 찬실의 캐릭터에 공감하게 되실 겁니다.


‘배우는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라는 말을 한 어떤 배우처럼 잘 때 빼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소피는 배우가 되었지만 ‘내가 잘하는 건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려 끊임없이 배우려 하죠. 이런 소피를 보며 취준생, 사회초년생 시절이 떠올랐는데요. 뭘 할진 잘 모르겠고 가만히 있는 건 불안하니 이것저것 손댔던 제20대를요.


찬실의 하숙집 주인 할머니 복실(윤여정 분). 글을 몰라 뒤늦게 한글 공부를 하고 있으며 찬실의 도움을 받는다. 찬실에겐 ‘요정 할머니’ 같은 존재.


마지막으로 하숙집 할머니 복실(윤여정 분)과 미스터리한 인물 장국영(김영민 분)은 찬실에게 ‘요정 할머니'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데요. 그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말을 툭 던집니다.


특히 국영이 영에게 고백했다 차인 찬실에게 “외로운 건 그냥 외로운 거예요. 사랑이 아니에요. 찬실 씨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당신 멋있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대사는 제게 큰 울림을 줬습니다.


이런 캐릭터들과 그들이 말하는 대사에서 오는 깊은 공감이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이고 이 영화를 찾아보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과연 찬실은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을 끝내고 어떤 길로 나아갈까요. 영화 속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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