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혹시 신이 있다고 믿으시나요? 이렇게 물으니 꼭 길에서 한 번쯤 붙잡혀 봤을 ‘그분'들이 된 느낌이네요. 어쨌든 저는 무신론자에 가깝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이라 혹시 한 번이라도 봤다면 믿었겠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진 그런 기회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이라는 존재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한 영화를 들고 왔습니다. 만약 신이 있고 우리 옆집에 산다면, 그리고 그 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괴팍하고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 좋아한다면 어떨까요.
이 영화에서는 하느님과 예수, 12 사도, 신약성서 등 기독교에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는데요. 종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오직 영화의 내용을 기반으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기독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영화에서 어떤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지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이웃집에 신이 산다'입니다.
세상이 지루했던 신(베누아 포엘부르데 분)은 천지창조 이후 ‘브뤼셀'이란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도시에 닭, 기린 등 피조물을 만들어냈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이내 자신과 같은 형체의 사람을 만들어내죠. 발가벗은 채로 세상을 활보하던 남자는 한 카페에서 ‘이브'라 이름 붙여진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 두 남녀를 시작으로 세상에는 인간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신에게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내와 아들 외에 열 살짜리 사춘기 딸 에아(필리 그로인 분)가 있습니다. 그는 가족들에게 툭하면 소리 지르고 인간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 같은 아빠를 ‘진상'이라 생각하죠. 어느 날 밤 절대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아빠의 서재가 열려있자 몰래 들어간 에아는 컴퓨터에서 ‘재난'이란 폴더를 열게 되는데요. 단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인간에게 행한 일들을 본 그는 ‘역겹다'며 신을 비난합니다.
화를 주체 못 한 신은 딸을 들어 집어던지고 폭력을 행사하는데요. 더는 아빠를 참아줄 수 없었던 에아는 가출을 결심합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 자신을 도와줄 6 사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로 신약성서를 쓰기로 하는데요. 집을 나가기 전 아빠에게 복수할 요량으로 서재에 한 번 더 들어갑니다. 컴퓨터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망하는 날짜를 문자로 전송하죠.
의도치 않게 자신이 죽는 날짜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은 일을 때려치우고 남은 기간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반면, 살날이 많이 남은 사람들은 자기 죽음을 두고 시험을 하기에 이르렀죠. 발칵 뒤집어진 세상을 본 신은 곧바로 가출한 에아를 찾아 나서는데요. 과연 신은 딸을 찾아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영화 속에서 재미있게 표현된 부분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초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최후의 만찬’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날 열두 제자와 함께 하는 마지막 만찬을 그렸다는 그 그림에 에아가 6 사도를 한 사람씩 만나면서 한 명씩 늘어나게 되죠. 또한 예수가 부모의 눈을 피해 동생의 방에 장식품 형태로 숨어있다는 점도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극 중 에아는 인간마다 저만의 음악이 있고, 그에게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밝히는데요. 6명 각각의 사도에게 담긴 사연과 그들의 음악, 헨델의 ‘울게 하소서’나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등 고전 클래식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신이 인간을 괴롭히려고 만든 ‘보편 짜증 유발의 법칙’을 보면 인간은 항상 10분의 잠이 부족하고, 빵은 꼭 잼을 바른 면이 바닥에 떨어지며, 마트에서 계산할 땐 항상 옆줄이 더 빠르다는 등의 항목이 있는데요. 우리가 항상 아침마다 ‘10분만 더’를 외치며 알람을 끄는 이유가 사실은 신의 장난이었다니. 어떠신가요. 이런 생활 밀착형 유머에 여러분도 공감이 가시나요?
이쯤 되니 성경에 나오는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가 혹시 이웃집에 살지도 모르는 신이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