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영화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장센의 장인이라 불리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웨스 앤더슨이 새 영화를 들고 나온다는 말에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술품 전시를 관람하는 듯한 황홀감을 선사해주는 몇 안 되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에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그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주간지로 세계 정치와 예술, 대중문화, 그 외 다양한 소식을 다루는 잡지입니다. 어느 날 편집장 아서(빌 머레이 분)가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하게 되고 그의 유언장이 공개되죠. “인쇄기를 녹일 것, 잡지의 발행을 중단할 것, 직원과 기자들에게 후한 퇴직금을 줄 것.” 결국 잡지를 폐간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영화는 편집장이 죽기 전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4가지 에피소드로 나눠 소개합니다. 첫 편에서는 세저랙(오웬 윌슨 분)이 앙뉘 지역 구석구석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소개하는데요. 관객에게 영화의 배경에 대해 안내하는 에피소드라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콘크리트 걸작’이라는 부제로 천재 화가이자 잔인한 살인마이기도 한 모세(베니시오 델 토로 분)가 교도관 시몬(레아 세이두 분)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며 시작하죠. 그의 작품을 본 미술상 줄리언(애드리언 브로디 분)이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놓는데요. 이 일대기를 베렌슨 기자(틸다 스윈튼 분)가 소개합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선언문 개정’으로 파리 학생운동의 주역인 제피렐리(티모시 살라메 분)와 그를 취재하는 여기자 루신다(프란시스 맥도맨드 분)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경찰서장의 전용 식당’으로 로벅(제프리 라이트 분) 기자가 경찰서의 소문난 셰프 네스카피에르(스티브 박 분)의 요리에 대해 취재하러 가죠. 취재 도중 경찰서장 아들이 마피아에게 납치되면서 요리보다는 그를 구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을 늘어놓은 구성 때문인지 영화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한 권의 재미있는 잡지를 봤다’였습니다. 이런 잡지라면 평생 구독해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에피소드마다 엉뚱하고 유쾌했는데요.
반면 하려는 이야기가 많다 보니 내용 전개가 빠르고 새로운 인물들이 계속 등장해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또 대사량이 많아 피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적어도 세 번은 봐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두 번은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장면 하나하나마다 출력해 걸어놓고 싶을 정도로 이 감독의 미장센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시대 배경에 따라 화면비율을 달리하거나, 빨강이나 보라, 핑크색과 같은 화려한 색감으로 연출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1950년대 프랑스라는 배경에 알맞게 전체적으로 빈티지한 색감으로 연출했으며 흑백과 컬러를 적절하게 이용했는데요. 돋보였던 건 장면 중간중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부분입니다. 영화 전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이렇게 제작된다면 ‘황금 라인업’이라 불리는 배우들을 볼 수 없어 아쉬울 겁니다. 영화에서는 이 배우들을 어떻게 다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정상급 배우들이 등장하는데요.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베니시오 델 토로, 레아 세이두, 티모시 살라메 등 한 명으로도 꽉 채우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니 영화 속에서 나의 ‘최애’ 배우를 찾아보는 재미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