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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Mar 30. 2019

보고 또 봐도 눈물 쏟는다는 이 영화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항상 곁에 있어 소중한지 모르고 심지어는 함부로 하게 되는 존재, 그러다 곁에 없어지고 난 뒤 비로소 그동안 몰랐던 소중함을 깨닫는 존재, 바로 가족인데요.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표현에는 서툰 우리, 왜 이 모양일까요?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가족사진.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996년 12월 MBC에서 방영한 4부작 드라마로 먼저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배우 나문희, 주현이 주연을 맡았죠. 당시에도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얻으며 방송위원회가 선정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받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그해 크리스마스에 4시간 동안 연속 재방송을 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겠죠?


2013년 수능 모의고사 국어영역 지문에 등장하기도 한 이 작품은 수험생들의 화제를 모았는데요. 문제를 풀던 수험생들이 ‘나도 울고 내 시험지도 울었다’, ‘짧은 지문이었지만 너무 슬펐고 뒷부분이 궁금해지는 지문이었다’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원작은 1996년 12월 MBC에서 4부작으로 방영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 무뚝뚝한 남편, 자기들 사느라 바빠 부모에게 무관심한 자식들, 그 속에 일생 구박만 하던 시어머니를 부양하고 남편, 자식들 챙기느라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못한 엄마 인희(배종옥 분)가 있습니다.


오줌소태로 고생하던 인희(배종옥 분)는 동네 병원에서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의사 남편 뒀다가 뭐합니까? 아는 의사 있는 병원이 그래도 낫죠. 남편 정철(김갑수 분)이 있는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게 되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자궁암 판정을 받게 되죠. 이미 손 쓸 수도 없이 퍼져버린 암세포, 수술마저 포기합니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된 남편 정철, 본인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보살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평생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내 엄마'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큰딸 연수(박하선 분)와 막내아들 정수(류덕환 분). 그렇게 가족들은 각자 아내(엄마)와의 마지막을 준비합니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인희의 남편 정철 역을 맡은 배우 김갑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대중에게 많이 소비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대사가 주는 힘

이 작품의 원작은 사람 냄새나는 명대사들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노희경 작가가 썼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꼰대들의 삶을 다룬 ‘디어 마이 프렌즈’, 조현병을 가진 작가와 남녀 간의 관계에 트라우마가 있는 정신과 의사를 다룬 ‘괜찮아, 사랑이야’, 1999년 당시에는 ‘파격적’이라고 불릴만한 동성애 이야기를 다룬 ‘슬픈 유혹’ 등 보통 사람들이 많이 다루지 않는 소재를 그녀만의 언어로 써 내려간 작품들이 많습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60~70대가 주인공이다. 왼쪽부터 나문희, 박원숙, 김혜자.


특히 이 작품은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당시 엄마 역을 맡은 배우 나문희가 "이렇게 울려도 되는 거야?"라고 하자 노 작가가 "나는 며칠을 구르며 울었는데 그 정도는 울어야지."라고 대꾸했던 일화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에게) "어머니, 나 죽으면 어떡할라 그래. 나랑 같이 죽자." (중략) 

“어머니, 나 먼저 가 있을게 빨리 와. 이런 말 하는 거 아닌데, 정신 드실 때 혀라도 깨물고 나 따라와. 애들이랑 아범 고생시키지 말고. 기다릴게” 

(아들 정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정수야, 더 다 잊어먹어두. 엄마 얼굴도, 웃음도 다 잊어먹어두, 니가 엄마 뱃속에서 나왔다는 거 잊지 마” 


여러 번 봐도 감정이입이 되는 이 장면들은 아마 작가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한부 인희(배종옥 분)가 자신이 죽게 되면 남겨질 시어머니(김지영 분)를 바라보고 있다.


둘째, 배우들의 연기력

노희경 작가와 무려 여덟 작품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 배종옥은 이번 영화에서 아픈 와중에서도 끝까지 가족들 걱정뿐인 엄마 인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남편, 자식 뒷바라지하는 엄마인 동시에 서서히 죽어가는 암 환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줬습니다.


또한 남편 정철 역의 김갑수는 평생 쏟을 눈물을 이 영화에서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눈물 연기 보였습니다. 우리 곁을 떠난 고 김지영 배우의 치매 연기 외에 남동생 부부 역을 맡은 유준상·서영희 배우, 인희의 아들·딸 역을 맡은 류덕환·박하선 배우까지 캐릭터 각각의 이야기가 있어 전체적인 극의 흐름이 너무 슬프지만은 않도록 극의 흐름을 잘 조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희의 철부지 남동생 근덕(유준상 분)과 그의 아내(서영희 분)가 인희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절망하고 있다.


드라마와의 차이점이라 한다면 시간에서 오는 몰입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4부작으로 제작되어 한 회가 끝나면 그다음 회에서 이야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흐름이 끊겨 자칫 극에 몰입하는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영화는 125분, 약 드라마 2편 정도의 분량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감정선을 끊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드라마 하곤 달리 엔딩크레딧에서 죽음 뒤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볼 수 있으니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눈여겨보심이 좋을 듯싶습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까지 본 후, 한편으론 이 가족은 늦게라도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딸 연수와 아버지 정철의 대화 중, "효도하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 잘해주고 싶었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합시다’ 우리.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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