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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Apr 25. 2019

엉뚱 발랄 '베카신'의 매력, 문득문득 웃음이 솟아나요

영화 '베카신'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번 달 초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한 '에르제: 땡땡' 전시회를 보셨나요? 저는 지난 1월 다녀왔는데요. 90년간 유럽을 대표한 만화답게 에르제의 귀여운 그림체에 매료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이 '땡땡' 그림체의 시초이자 프랑스 만화 최초의 여성 주인공 캐릭터인 '베카신'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베카신 입니다. 


에르제 '땡땡' 그림체의 시초이자 프랑스 만화 최초의 여성 주인공 캐릭터인 '베카신'이 실사 영화로 나왔다.


베카신(에밀린 바야르트 분)은 어릴 적부터 남다릅니다. 이를 뽑기 위해 이와 연결된 실을 문고리에 걸어 코랑탱 삼촌(미셸 빌레모 분)에게 문 열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삼촌이 내일 사냥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날 저녁 '내일 삼촌이 사냥을 하니 피하라'는 메시지를 적어 온 숲에 뿌리고 다니죠. 


그러다 세찬 비가 와 숲 속에서 쫄딱 젖은 채 발견된 그녀를 삼촌이 집으로 데리고 와 갈아입을 옷을 줍니다. 그 옷이 바로 위 그림과 같이 '베카신'하면 생각나는 초록색 치마와 흰색 두건입니다.


베카신(에밀린 바야르트 분)과 룰로트(마야 콩파니 분). 베카신은 룰로트의 보모이자 엄마이자 친구 역할로 둘의 우정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엉뚱 발랄한 베카신은 성인이 된 후 일거리를 찾아 꿈의 도시 파리로 향합니다. 그것도 걸어서요. 열심히 걷던 도중 그랑테르 후작 부인(카린 비아르 분)의 차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차 고장으로 정차 중이던 그곳에선 후작 부인에게 입양된 아기 '룰로트(마야 콩파니 분)'가 울고 있습니다. 갖은 방법으로 아기의 울음을 멈추려던 그들은 베카신이 보모로서 재능이 있다는 걸(바로 직전에 보모가 해고되기도 했고) 알고 채용하기에 이르죠. 


영화는 베카신이 아기 룰로트와 함께 후작 부인의 저택에서 보모로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밤새 우는 아기를 위해 코바늘 인형 '세라팡'을 만들어 주거나 매시간 우유를 찾는 아기를 위해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우유를 주는 기계(?)를 개발하기도 하죠. 이런 엉뚱함은 영화 후반부에 큰 반전을 가져옵니다. 


베카신과 함께 등장하는 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들은 영화의 재미를 한층 높여주었는데요. 베카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동심을 지켜준 코랑탱 삼촌이나 철부지 안방마님 그랑테르 후작 부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택 식구들과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닌 꼬마 룰로트까지. 톡톡 튀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베카신 역을 맡은 에밀린 바야르트는 만화 속 캐릭터가 그대로 영화에 등장한 것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베카신 역을 맡은 에밀린 바야르트는 만화 속 캐릭터가 그대로 영화에 등장한 것 같은 연기(처음에는 캐릭터가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습니다)를 보여주는데요.  


이에 대해 에밀린은 "원작을 보면서 외모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노동하는 여자이고 체격이 크면서도 훤칠하고 날씬해서 뭔가 모순적인 걸 느꼈다. 그래서 과장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에게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시골 사람들처럼 몸을 흔들면서 걷자고 제안했고 감독은 내 걸음걸이에 만족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브르타뉴의 평화로운 모습과 파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연출해 따뜻한 감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베카신의 감독, 각본과 사기꾼 라스타쿠에로스 역을 맡은 브뤼노 포달리데스(좌)와 그의 동생 드니 포달리데스(가운데 검은 양복).


이런 연출을 한 감독 브뤼노 포달리데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연출가이자 각본가, 배우이기도 한 이 다재다능한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감독, 각본 그리고 라스타쿠에로스 역을 맡았습니다. 마리오네뜨 놀이꾼으로 등장하며 후작 부인의 저택에서 공연한 뒤 눌러앉아 부인의 재산을 하나둘씩 탐하는 사기꾼 같은 캐릭터로 원작에 없던 인물을 만들어 내며 극에 웃음 포인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점은 후작 부인의 사업 고문이자 그녀를 짝사랑하는 순정남 프로에미낭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감독의 동생 드니 포달리데스라는 점인데요. 형인 브뤼노 포달리데스와 함께 각본과 배우로 참여했습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다 싸우는 모습은 마치 형제끼리 싸우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또한 두 사람이 얼마나 닮았는지도 비교해보면 재미있겠죠. 


맑고 순수한 캐릭터 베카신과 주변의 독특한 캐릭터들, 그리고 프랑스 특유의 유머가 곁들여진 감성 충만한 이 영화는 오늘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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