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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Apr 09. 2019

살리기 위해 살아야 한다

영화 '아틱'

영화 '아틱'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 역을 맡은 매즈 미켈슨.


이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영화 내내 지겹도록 보는 건 새하얀 눈뿐이죠. 비행기 추락 사고로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매즈 미켈슨 분)는 구조만을 기다리며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정해진 시간에 구조 신호를 보내고, 북극의 지형을 조사하고, 식사를 해결하죠. 밤이 오지 않는 곳이라 오직 손목시계의 알람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구조 신호를 보내던 중 눈앞에 헬기가 나타납니다. 이제 살았다 싶어 구조를 기다리는데요. 헬기는 갑자기 부는 거센 바람 때문에 착륙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하게 되죠. 조종사는 사망했고 생존자인 젊은 여성은 심각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상황. 부상자를 그대로 두고 갈 수 없어 그녀를 자신의 거처로 데려옵니다. 그녀를 안아 자리에 눕혀주다 살포시 안게 되는데요. 오랜만에 다른 사람의 온기를 느낀 그의 표정은 복잡 미묘합니다. 오버가드 역의 매즈 미켈슨은 이 장면을 '제일 사랑하는 장면'이라며 매우 부드럽고 감성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오버가드는 추락한 헬기에서 생존한 젊은 여성을 구해 자신의 거처로 데려온다.


최선을 다해 그녀를 돌보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됩니다. 이대로 두면 죽을 수도 있는 그녀를 살리고 자신도 살기 위해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임시 기지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영화는 매일 정해진 하루를 보내던 오버가드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됩니다. 추락한 헬기에서 부상자를 구출하는 것에서부터 그녀를 데리고 임시 기지까지 가는 것까지. 그가 만약 혼자였다면 과연 이런 선택을 했을지 의문입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극적인 장면이라고 하면 임시 기지로 향하던 중 동굴에서 쉬고 있는데 북극곰이 다가와 두 사람을 위협하는 장면입니다. 사납게 위협하는 장면을 실감 나게 연출하고자 고민한 감독은 유튜브에서 북극곰과 수영하고 있는 한 남자의 영상을 보게 되고 그에게 연락합니다.


부상자를 데리고 임시 기지를 찾아가는 오버가드. 그는 부상자에게 이 말을 되풀이한다. "괜찮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는 자신의 북극곰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허락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곰은 애교가 많은 곰이었죠. 좀처럼 사람을 위협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주인은 곰이 입을 벌릴 때마다 칭찬과 함께 오레오 쿠키를 주었고 쿠키 맛에 빠진 곰은 열연을 펼쳤다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귀여운 에피소드의 주인이 내가 본 그 곰이 맞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가도 가도 험난하기만 한 길 위에서 오버가드는 부상자에게 계속 이 말을 되풀이합니다. "괜찮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말이었겠지만 어쩐지 저는 본인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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