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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l 18. 2019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영화 '그녀(her)'

[※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히어로물 영화 ‘어벤져스’에는 인간과 인공지능 커플이 있습니다. 바로 완다(엘리자베스 올슨 분)와 비전(폴 베타니 분)인데요.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사이는 너무 애틋하지만 과연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모습과 행동, 말투가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진짜 사람은 아니니까요.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녀(her)'가 5년 만에 재개봉했다. 사진은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 앞에 앉아있는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


어벤저스가 나오기 이전에도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었습니다. 5년 전, 2014년에 개봉한 ‘그녀(her)’라는 영화입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파격적이고 독특하다고 평가받은 이 영화가 최근 재개봉해 오늘은 이 영화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디지털이 대중화된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손편지를 대필해주는 대필작가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대신 전달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아내 캐서린(루니 마라 분)과 별거 중인 채로 지내고 있죠.


어느 날 테오도르는 우연히 본 '당신에게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주고, 알아줄 존재'라는 광고를 보고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사게 됩니다. 여성이라는 설정을 부여하자 '그것'은 자신의 이름을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라고 소개하죠.


테오도르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는 실체가 없는 OS와의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사만다는 스스로 배우고 또 테오도르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죠. 그들은 대화를 통해 점점 가까워지고 그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발전합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넘지 못할 선이 있죠. 테오도르는 이 사랑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독특한 소재, 감성적인 연출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목소리만으로 영화에 등장한 것 같은 존재감을 준 사만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 영화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인공지능에 관한 영화는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등의 주제를 가진 영화들로 왠지 모르게 인공지능과 인간이 서로 대척점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영화는 사랑을 머리로 배운 인공지능 사만다와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테오도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그녀(her)'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성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는 감각적인 연출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스파이크 존스 감독 때문이다.


단순히 로맨스를 그렸다기보다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걸 불편해하고 전화보다 문자가 편한 세대를 보여줌과 동시에 결국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건 이메일보다 편지고, 문자보다 전화라는 걸 알게 해준달까요. 아날로그와 디지털 요소를 함께 보여줍니다. 이 때문인지 그 해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7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감성적인 연출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스파이크 존스 감독은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이 쓰고 연출한 장편영화인데요. 소재도 소잰데 영화를 보면 감각적인 색감이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만다의 목소리입니다. 앞서 언급한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한 스칼렛 요한슨인데요. 뉴욕타임스는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만으로도 최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라고 평한 바 있죠.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은 채 제8회 로마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 OS 사만다의 목소리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은 이 영화에서 신의 한 수다. 그의 목소리가 빛을 발하는 장면은 'The moon song'을 부르는 것이다.


본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아가사 역을 맡은 사만다 모튼이 극 중 사만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연기가 끝난 시점에서 감독의 지시로 스칼렛 요한슨으로 교체되었다고 하죠. 사만다 모튼의 목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스칼렛 요한슨으로 바꾼 건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지….


 그의 목소리가 빛을 발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OST이기도 한 'The moon song'을 부르는 장면입니다. 테오도르에게 선물하기 위해 작곡했다는 사만다는 직접 불러주는데요. 마치 연인의 귀에 속삭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영화의 배경은 2025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5년 반 정도가 남은 상황인데요.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는 인공지능과의 사랑이 가능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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