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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Nov 23. 2019

도대체 가족이 뭐꼬? 이렇게 묻는 당신이 봐야 할 영화

영화 '니나 내나'

  

(왼쪽부터) 둘째 경환(태인호 분), 미정의 딸 규림(김진영 분), 첫째 미정(장혜진 분), 막내 재윤(이가섭 분). 


영화 '니나 내나'는 삼 남매가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가족에게 숨겨진 아픔을 치유해나가는 로드무비입니다. 요즘같이 찬바람이 부는 날씨에 보면 좋은 영화라 생각해 소개해 봅니다.


진주에 사는 미정(장혜진 분)은 딸 규림(김진영 분)을 홀로 키우며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두 동생 경환, 재윤의 엄마 역할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래전 가족을 버리고 집 나간 엄마에 대한 미움이 가득함과 함께 자신이 가족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맏이로서의 책임감이 있죠.


둘째 경환(태인호 분)은 가족이 이렇게 된 건 자신의 탓이라며 한탄하는 누나와 가족에겐 소원한 동생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합니다. 아버지를 돌보며 자신도 곧 아빠가 될 거라는 기쁨과 동시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죠. 막내 재윤(이가섭 분)은 자신에게 짐처럼 느껴지는 가족들을 피해 부산에 삽니다. 남들에게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삼 남매는 어느 날 소식 끊고 살던 엄마로부터 한 장의 엽서를 받게 됩니다. “보고 싶다"는 한 문장만 덩그러니 적혀있었죠. 이제 와서 ‘보고 싶다'니. 무시해버릴까 싶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뭐라고 삼 남매는 결국 엽서에 적힌 주소로 찾아갑니다.  


'가족, 가깝지만 먼 관계'

이동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가깝지만 가까운 만큼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화해하기는 어려운 ‘가족'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가족이니까, 가족이라서’라고 말하지 못한 또는 말하지 않은 각자의 아픔이 수면 위로 꺼내집니다. 그동안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어 상처가 된 일들이 역시 ‘가족’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먼저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요. 영화를 보다 보면 ‘가족이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환절기', ‘당신의 부탁' 이후 이동은 감독의 세 번째 가족 영화입니다. 이번 ‘니나 내나'에 대해서 감독은 “가족이라는 관계가 가장 가깝기도 하지만, 가까운 만큼 상처를 주기도 한다. 또 화해하기는 어렵다. 이번 영화에서 그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동은 감독은 데뷔 때부터 평범하지만은 않은 가족 이야기를 그려오고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가족 이야기를 세편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다. 시나리오를 썼을 2014년 당시 전 국민이 아픔을 가진 사건(세월호)이 있었다. 저 역시 그 사건이 너무 컸다.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사건을 목도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글 쓰는 일밖에 없었다. 상처를 이겨내고 그 이후에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자.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가족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노란 리본’이 그냥 등장한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르게 사는 것 같아도 ‘니나 내나' 비슷하다"

영화에선 부산 출신의 세 배우가 만들어 내는 진짜 가족 같은 케미와 사운드 감독도 놀랐다던 격조 있는 네이티브 사투리를 들어볼 수 있다.


영화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감독은 제목에 대해 “원래 제목은 ‘정분'이었다. 가족끼리 혹은 모든 사람들이 어떤 관계의 원인이 되는 게 정 때문이라 ‘정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약간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보니.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서 고민하다가 극 중 미정의 대사 중에 “다르게 사는 것 같아 보여도 ‘너나 나나’ 비슷하다"라는 말을 보고 제목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미정 역의 장혜진 배우와 드라마 ‘미생'의 얄미운 직장 상사 ‘성대리'로 대중에게 각인되어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경환 역의 태인호 배우. 그리고 첫 주연작 ‘폭력의 씨앗’으로 신인배우상을 검어쥔 재윤 역의 이가섭 배우까지 진짜 가족 같은 연기 케미를 보여줍니다. 사투리 때문에 캐스팅하신 건 아닐 테지만 공교롭게도 세 배우 모두 부산 출신인데요. 사운드 감독도 놀랐다는 격조 있는 네이티브(!) 부산 사투리를 들으실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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