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31-여행3일차
한국에서 비행기, 숙소, 유로스타 외에 두 개는 미리 예약이란 걸 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 투어였다. 몽셸미생 투어. 파리 시내에서 좀 많이.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대구 거리여서 혼자 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 단체 버스로 이동하는 투어를 신청했다.
모임 시간이 아침 6시 반까지여서 아침에 대중교통 이용해 미팅 장소로 이동하는 걸 걱정했는데 웬걸. 첫 차(5시 반이 첫 차다)인데도 타는 사람이 꽤 있었다. 여기도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아 여기 지하철은 어떤 식으로든 마주 보게 돼있는데 눈 마주치면 민망해서 줄곳 창밖을 보거나 핸드폰 보는 척했다.
길 헤맬까 걱정돼서 첫차 탔는데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한 6시쯤이었던가. 사전에 늦으면 그냥 간다고 신신당부해서 아마 더 서둘렀던 거 같다. 투어 신청한 인원이 꽤 돼서 대형버스를 타고 다 같이 이동했다.
먼저 간 곳은 에트르타였는데 이 절벽이 코끼리 모양을 닮았다 해서 코끼리 절벽이라고도 불린다. 절벽을 올라가는 게 마치 우리나라 제주 성산일출봉스럽다는 이야기를 같이 간 사람들이 해서 크게 공감했다. 마치 네모난 버터를 칼로 깎듯이 깎아내린 절벽은 장관이고 그게 바다와 어우러져 멋졌다.
한 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갖고 옹플레흐라는 작은 항구 마을로 향했다. 가는 도중 바게트 대회에서 1등 했다던 빵집에서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었는데(투어에 포함) 맛은 있었지만 빵이 너무 질기다고 해야 할까. 턱 빠지는 줄 알았다. 반쯤 먹고 그래도 다 먹겠다며 가방에 싸 뒀는데 나중에 그냥 버렸다.
옹플레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서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작은 소품 가게와 갤러리들이 볼만 했다. 역시 한 시간 정도 골목 구석구석 구경하다(한 시간도 안돼서 다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지막 장소인 몽셸미생으로 향했다.
난 이때부터 쓴 지 4년 반이나 된(그다지 바꿀 필요를 못 느껴서..) 내 아이폰을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찬바람 쐬면 꺼지는 건 둘째치고 야간 사진엔 지옥인 이 스마트폰으론 몽셸미생의 아름다움을 담지 못했다. 예전엔 감옥으로 쓰던 이 수도원이 뭐가 아름답냐 하면 중세 시대극 한가운데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외딴섬처럼 떨어져 있는데 밤이 되면 새까만 배경에 오직 이 수도원의 불빛만 보인다.
새벽에 나와 새벽에 들어가는 빡센 코스였지만 투어 신청하길 잘했다고 느낀 것도 이곳에서였다. 뭐 그냥 가도 멋질 건 분명하겠지만 가이드님의 설명이 더해져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수도원 내부에 ‘영험한’ 바위가 있다 하여 소원을 빌었는데... 올해 지나기 전까지 이루어질지.
이 곳에서 파리까진 다시 4시간쯤 걸렸고 도착하니 거진 새벽 한 시가 다 된 시간이어서 집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나 말고 두 분 정도 더 신청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업체에서 부른 택시를 타고 나는 가이드님 집 방향이랑 같아서 가는 길에 내려주셨다.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그때가 코로나 얘기 막 나올 때여서 여긴 여파 없냐고 물었더니 1도 영향 없다고 했었다. 뭐 나만해도 여행 갔다 오면 잠잠해지겠지 했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번질 줄 알았나. 지금 그곳은 어떨지. 뉴스로 매일 보고는 있지만 다들 잘 계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