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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Mar 17. 2021

명망 높던 시니어 케어 기업의 여성 CEO 알고보니

영화 '퍼펙트 케어'

요즘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화제라면 ‘미나리'일 겁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호평이 끊이지 않았던 이 영화는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난 2월 28일 열린 제2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까지 받았죠.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으로 국내외 많은 영화인에게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어찌 됐든 ‘기생충’에 이어 한국어 영화가 2년 연속 수상했다는 점은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뿌듯해집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도 이번 골든 글로브에서 상을 받은 영화입니다. 영화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가 원톱으로 등장하는데요.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수상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와 주인공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퍼펙트 케어’입니다.


영화 ‘퍼펙트 케어'에서 은퇴자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하는 기업의 CEO 역 말라 역을 맡은 로자먼드 파이크.


한적하고 고요한 주택단지에 자동차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옵니다. 어느 한 집에 멈춘 그 차 안에서 한 젊은 여성이 내려 대문을 두드리죠. 혼자 사는 노인의 집을 방문한 그녀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친 후 대뜸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병력으로 인해 주치의가 집에서 혼자 지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에서 나를 대신 보호자로 세웠고 지금 당장 요양시설로 옮겨야 한다."


노인은 느닷없이 등장한 낯선 여자에게 내 건강엔 아무 이상이 없고 얼마든지 혼자 지낼 수 있다고 항변하지만, 경찰까지 대동하고 나선 그녀가 자신은 법원의 명령에 따를 뿐이고 문제가 있다면 추후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하라는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당장 짐을 꾸려 시설로 옮기게 됩니다.


이 낯선 여자의 정체는 은퇴자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하는 시니어 케어 기업의 CEO 말라(로자먼드 파이크 분)입니다. 좋은 일을 한다는 명목 아래 지역사회에서 명망이 높은 대표죠. 겉으로 보일 때는요. 이면에 드러난 진실은 이렇습니다.


(왼쪽부터) 의사에게 적당한 노인을 소개받는 말라(로자먼드 파이크 분)와 그녀의 파트너 프랜(에이사 곤살레스 분). 이들은 노인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의사에게 적당한 병력을 가진 노인을 소개받습니다. 말라와 그의 팀들은 해당 노인의 뒷조사를 시작하죠. 기본적인 나이, 직업부터 시작해서 제일 중요한 재산 규모, 가족 유무 등이죠. 그들의 조건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의사가 해당 노인이 병력 때문에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씁니다. 법원에서는 노인의 진단서와 보호자가 없다는 점을 들어 대리 보호자를 세우죠. 그게 바로 말라입니다.


법원의 명령이 떨어지면 이때부터는 좀 수월해집니다. 노인을 요양시설로 옮기고 모든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합니다. 요양시설 비용을 마련한다는 명목 아래 노인이 살던 집을 매물로 내놓고 가구 등 살림살이도 처분합니다. 이때 자신의 몫도 챙기고요. 물론 의사와 요양시설의 대표도 말라와 한통속으로 이 일을 통해 수수료를 챙깁니다. 합법적이고도 깔끔하면서도 남들에게 ‘좋은 일 한다’는 말도 들을 수 있는 그야말로 퍼펙트한 사업인 거죠.


이번에도 그렇게 일이 잘 마무리될 무렵, 노인의 집에 택시 기사가 ‘집주인을 모시러 왔다’며 찾아오는데요. 말라의 동료에게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는 말을 듣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갑니다. 이 남자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말라의 완벽했던 비즈니스에 균열을 만들게 되는데요. 말라의 ‘퍼펙트 케어’는 어떻게 될까요.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말라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 돈에 집착하는 그녀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가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말라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입니다. 오직 돈을 위해 선과 악을 넘나들며 무한 질주하는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영화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가 떠오르는데요. ‘나를 찾아줘’처럼 긴장감 있게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그녀의 힘 있는 연기와 영화의 마지막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는 저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의 취향을 저격할 만합니다. 또한 기존에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케이퍼 무비’, ‘오션스’ 시리즈나 ‘나우 유 씨 미’, ‘도둑들’ 등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죠.


저는 개봉한 지 이틀째 되는 날 극장에 가서 봤는데요. 상영관도 많지 않을뿐더러 상영시간도 이른 아침 아니면 밤 시간대밖에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벌써 온라인에도 풀렸으니 뻔하지 않은 신선한 영화가 당긴다면 이 영화 한 번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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