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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Feb 17. 2021

당신은 이미 반짝입니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마세요

영화 '소울'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요즘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는 디즈니X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소울’입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상영되었는데, 당시 일정이 안 맞아 아쉽게 놓쳐버렸죠. 국내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거듭된 연기 끝에 이제야 개봉하게 됐습니다. 상영 당시 495만 관객에게 사랑받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제작진의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입소문에 궁금증이 더욱 커졌는데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는 뉴욕에서 일하는 음악 선생님이다. 재즈 피아니스트가 꿈이지만 생계 때문에 계약직 교사라는 직업을 택했다.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는 조는 그야말로 ‘music is my life’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데려간 재즈클럽에서 피아노 선율에 매료된 그는 곧바로 피아노와 사랑에 빠져버렸죠. 공연할 기회는 종종 있었지만 먹고살 만한 형편이 안 됐던 그는 생계를 위해 계약직 선생님으로 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은 놓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제자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 옵니다. 갑자기 연락 두절된 피아노 연주자를 대신할 오디션을 제안하는데요. 기쁜 마음으로 나는 듯이 뛰어간 그는 즉흥으로 연주하는 단원들 사이에서 몰입해 연주를 시작하죠. 내가 피아노인지 피아노가 나인지 모른 듯한 느낌. 까다로운 리더의 귀까지 사로잡은 그는 그날 저녁부터 연주하기로 합니다.


오디션을 마치고 나온 조는 신나게 전화 통화하며 걷다 그만 공사 중이던 맨홀로 빠지게 됩니다. 눈 떠보니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계에 떨어져 버렸는데요. 그곳은 ‘태어나기 전 세상’이었습니다. 탄생 전 영혼들이 자신의 열정을 깨울만한 ‘무엇’을 발견하게 되면 지구 통행증을 받아 세상에 내려올 수 있습니다. 이때 ‘멘토’ 영혼이 그 과정을 도와줍니다.


한편 그곳에는 ‘22’라 불리는 골칫덩어리 영혼이 있습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찾지 못해 몇백 년인지 모르는 기간 동안 지구로 내려가지 못했는데요. 음악, 미술 등 어떤 활동을 해봐도 그의 열정엔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았죠.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조차도 포기했을 만큼 그 과정을 찾는 활동에도 시큰둥합니다.


그냥 이대로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는 ‘22’에게 지구에서 불시착한 조가 멘토가 되는데요. 이들은 ‘22’가 관심사를 찾아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으면 조에게 주기로 모종의 계약을 하죠. 클럽 연주가 몇 시간 남지 않았는데…. 조는 늦기 전에 다시 세상으로 다시 내려갈 수 있을까요.


영혼이 되어 버린 조(왼쪽)와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영혼 22. 둘은 모종의 계약을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한 인물 성장 과정을 그렸다면 ‘코코’에서는 사후세계를, 이번 영화 ‘소울’에서는 탄생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생 3부작의 완결 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서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면 소울은 현재 나의 삶과 비교해보게 됩니다.


극 중 ‘22’는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기 위해 음악 연주, 스포츠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맛있는 피자를 먹고 바람과 햇살을 손끝으로 느끼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데요. 이를 통해 영화는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인생 그 자체가 의미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어른들에게 필요한 힐링 영화죠.


오프닝 시퀀스부터 재즈 음악으로 사로잡은 이 영화는 시작 전 등장하는 짧은 애니메이션 ‘토끼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땅속에 굴을 파는 토끼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짧지만 웃음과 감동까지 있는 영상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얼마 전 선공개된 아이유의 ‘celebrity’를 들어보면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잊지 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이야. you are my celebrity.


직접 작사한 가수 아이유는 누구나 살면서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지 않아 소외감을 느껴본 사람들에게 ‘당신은 별난 사람이 아니라 별 같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소울이 생각나는데요. 공통적인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반짝이고 있고 반짝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디즈니X픽사, 부디 제가 오래 나이 먹더라도 이런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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