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프로미식축구 리그 NFL 1차 드래프트에서 5년 동안 1380만 달러, 우리나라로 환산하면 157억 원 계약금을 받아 화제가 된 스포츠 스타가 있습니다. 이 선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영화 같은 성장배경으로 팬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는데요. 그 선수의 이야기가 진짜 영화로 만들어졌죠. 이 영화는 당시 제작비의 8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둬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바로 그 선수,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그린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입니다.
마약 중독인 엄마, 아빠는 누군지도 모르겠고 거기다가 형제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져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그런 가정에서 자란 마이클 오어(퀸튼 애론 분). 그나마 친구의 집에서 지내던 그는 친구의 아버지에 의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친구와 농구하던 그를 눈여겨본 미식축구 감독 덕분이었는데요. 어렵게 입학은 했지만 성적이 낮아 팀에 들어갈 수 없었죠. 그렇게 백인만 가득한 학교에서 마치 이방인처럼 겉돌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친구 집에서도 더는 지낼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마이클은 학교 체육관에서 잠을 청하는데요. 그날도 밤늦게 체육관으로 향하던 그는 우연히 한 사람의 눈에 띄게 됩니다. 추운 날씨에 달랑 반소매 한 장을 걸친 그를 본 리 앤(샌드라 블록 분)은 외면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오게 되죠. 잠자리를 내어주고 추수감사절도 함께 보냅니다.
어릴 적 동화책을 읽어 준 적 없는 엄마에 자기 방도 가져보지 못했던 마이클의 집이 되어준 리 앤 가족은 그의 옷이나 방을 제공함을 물론 개인 가정교사까지 붙여 성적 향상을 위해 힘씁니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던 미식축구팀에 들어가게 되죠. 누구도 다치는 것을 싫어하던 마이클은 체력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요. 리 앤은 이마저도 마이클에게 맞는 설명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후 그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뉴스를 통해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불우한 유년시절의 그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낼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 그를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는 그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와준 미식축구 감독이었고, 두 번째는 학교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그를 포기하지 않고 눈높이에 맞는 설명으로 가르쳐준 학교 선생님들이었죠. 마지막으로 그냥 어쩌다 마주친 친구 엄마로 남지 않고 그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리 앤과 그의 가족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어둠 속에 있을 뻔했던 그를 지금의 그로 만들어냈던 것이죠.
이런 감동적인 성장극을 담은 영화를 정작 실제 주인공 마이클 오어 선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가 한 인터뷰를 보면 “이 영화를 다신 보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에서 그의 캐릭터가 너무 의존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인데요. 영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덩치 큰 순둥이’로 나오는데 실제 그는 그렇지 않았으며, 미식축구 외에 다른 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였다고 하네요. 영화는 그냥 영화로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에 있어서 한 줄기 빛이었던 리 앤 투오이 역 샌드라 블록은 이 영화를 통해 생애 첫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미국 배우 조합상의 주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싹쓸이하게 되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영화를 찍는 동안 본인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촬영 중 중도 하차를 생각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가 이 영화를 중도에 포기했더라면 그도 관객들도 후회하지 않았을까요.
극 중에서 리 앤은 ‘당신이 마이클의 인생을 바꿔주었다’는 말에 ‘그 아이 덕분에 내 삶이 바뀌었다’고 말하는데요. 내가 내민 작은 선의가 타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서 내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지 생각해보는 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