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생일 선물을 받았습니다.^^
어느 덧 생일을 챙기지 않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제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삽니다. 누군가 갑자기 제 나이를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나이 묻는 질문을 들으면 짧은 시간 머릿 속으로 나이를 셉니다. '작년에 몇 살이었지? 아하! 작년 나이에 한 살 더 먹었으니 올해 28살이구나!'라고 말이죠.
예전에는 가까운 사람이 제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으면 섭섭하게 느껴졌을 때도 있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은 그러지 않습니다. 생일날 또한 1년 365일 중의 한 날이 되었습니다.
생일에 대해 부덤덤해진 나이가 된 것이 슬프구나, 우울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만큼 신경쓸 것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마침 올해 생일은 일요일이라 더욱 무감각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받는 축하로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학교에 오니, 한 학생이 이런 선물을 줬습니다.
"선생님, 지금 뜯어보지 마시고 교무실 가셔서 혼자 있을 때 뜯어보세요~" 저에게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응 고마워.^^"
교무실에 와서 뜯어보았습니다. 우와...상상하지도 못했던 선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달래장!!!!
"헉! 이걸 어떻게??"
학생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정말 이런 선물은 처음이야. 이건 어디서 난거야?"
"네! 선생님, 저의 동네에서 제가 달래를 직접 딴 걸로 만든거예요. 밥에 비벼 드시면 맛있어요."
달래장 위에 붙어있는 손편지도 감동이었습니다.^^
올 3월에 담임과 학생으로 만나 짧은 시간 함께 였지만 아이의 손편지엔 정성과 감동이 가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랑하려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밤에 방과 후 수업하는데 이 친구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선생님, 교무실에 냉장고 없죠?"
"응 교무실엔 없어, 그런데 왜?"
"혹시 달래장 상할까봐서요. 하루 정도는 괜찮겠죠?"
너무 귀여운 학생입니다.
거창한 선물보다 따뜻한 선물이 좋습니다. 귀하고 귀한 달래장입니다. 두고두고 아껴 먹을 예정입니다. 집에 가서 아내님과 아이들에게도 자랑했습니다.
"여보여보! 아빠 오늘 달래장 선물로 받았다~~~.^^"
현재 저희 집 냉장고 가운데에 달래장을 넣어두었습니다.
학생에게 이런 생일선물 받는 전 참 행복한 선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