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2월 30일(금), 김해금곡고등학교 1기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개교 후 첫 졸업식이었습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는 2020년 김해금곡무지개고등학교로 개교하여 2022년 김해금곡고등학교로 개명한 학교입니다. 공립대안고등학교지요.
전 개인적으로 1기 졸업식을 이전 경남꿈키움중학교에서 경험했었습니다. 당시엔 3학년 담임을 했습니다. 졸업식 때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해서 이번 졸업식은 그만큼 마음의 준비(?)를 했고, 3년간 학교를 잘 견디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딪는 우리 금곡 1기들을 축하해주며 기쁘게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다시, 첫마음으로' 김해금곡고 1기 졸업식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의 준비는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식이 끝나고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는데..저는 1기들과 1년 밖에 생활을 같이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뭔가..아쉽고, 미안하고, 벌써 그리웠습니다.
"선생님!!" 하며 와락 안기는 아이들을 힘껏 안는데, 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1기 학생들을 3년간 담임하셨던 선생님께서도 엄청나게 많은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졸업식 전 날 "이 놈들이 졸업하니 속이 시원합니다. 졸업식 때 눈물? 전 웃을껀데요."라고 말씀하셨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는 데 하루의 시간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3년을 울고 웃으며 같이 지낸 아이들입니다. 얼마나 많은 만감이 교차하셨을까요.
힘들었지만 끝까지 견뎌낸 1기들입니다. 3년을 견딘 친구도, 2년을 견딘 친구도 있습니다. 15명이 입학하여 10명이 졸업했습니다. 끝까지 견딘 최후의 10인입니다. 학교 다닐 땐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학교 오기 싫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막상 졸업하니 다들 눈물을 보이더군요. 후련함의 눈물인지 아쉬움의 눈물인지...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슬퍼했습니다.
단체사진 찰칵! 김해금곡고등학교는 한 학년에 15명, 전교생 45명의 작은 학교입니다. 하지만 이 때도 한 학년이 15명이 아니었기에 전교생이 35명 내외였습니다.
1기 친구들이 한명 한명 마이크를 잡고 졸업 소감을 이야기 했습니다. 담담하게 말한 친구도 있었고 갑자기 울컥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듣다보니 웃음이 나다가도 눈물이 흐르고, 뭉클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졸업생들을 위한 편지가 감동적이었습니다. 김해금곡고는 교장선생님 포함, 전 교직원들이 학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가족같이 지냈었습니다. 물론 가족이 항상 좋은 일만 함께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정이 많이 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졸업생들이 준비한 특별 무대였습니다. 저는 모르는 노래였는데 듣다보니 정말 울컥하더군요. 노래 부르던 친구들도 눈물을 참으며 끝까지 부르는 모습이 벅찼습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퇴장할 때 금곡식구들이 한 명, 한 명 안으며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졸업하는 1기 선배 품에 안겨 "선배, 가지마세요~~~~."라며 엉엉 우는 후배들이 많았습니다. "선배가 졸업하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요. 가지마세요." "우리가 3학년이 된다고요? 우리가 어떻게 3학년이예요. 선배가 보고 싶어 어떻해요."라며 후배들이 슬퍼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간 후 홀로 남은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보통의 금요일엔 지겹게 보였던 교실이지만 이 날만큼은 무척 허전했습니다. 졸업한 1기도, 1기를 보낸 2기, 3기들도 모두 마음 한 켠이 휑~한 느낌이었습니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졸업해도 또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주 볼 수 없다는 것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것은 달랐습니다. 벌써 1기들이 졸업하고 3개월이 지났습니다. 올해 입학한 4기들과 이야기 할 때도 1기들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옵니다.
"이런 이런 선배가 있었어요. 그 선배들, 대단했어요."
오늘도 1기들이 떠난 자리에 후배들이 앉아 있습니다. 1기가 졸업하면 2기들이 1기만큼 할까?라는 약간의 걱정을 했지만 2기들은 훌륭히 선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1학년들도 의젓한 2학년들이 되었습니다. 올해 입학한 4기들은 1기들이 힘겹게 쌓아올린 학교 문화에 천천히, 그리고 열심히 적응 중입니다.
2023학년도 김해금곡고 입학전형에서 개교 이래 최초로 경쟁률이 생겼습니다. 선생님들이 잘 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치 않습니다. 1기들이 끝까지 견뎌줘서, 1기들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 줘서, 2기, 3기들이 학교 철학을 이해하고 열심히 해주어서, 부모님들께서 학교를 믿어주셔서, 그리고 선생님들이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해주셔서 생긴 모두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1기들로부터 간간히 연락이 옵니다. "대학공부가 힘들지만 재밌어요! 친구들이 제 고등학교 생활 이야기 들으며 다들 부러워해요. 우리가 3학년 때 논문을 써봐서 그런지 보고서가 그리 어렵지 않아요. 후배들, 선생님들, 학교가 그리워요!!!"
학생들이 그리워하는 학교면 괜찮은 학교 아닐까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우는 학교"
벌써 2기 졸업식이 두려워지는....여기는 김해금곡고등학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