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일, 김해금곡고등학교 4기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4기는 좀 특별합니다. 개교 이래 최초로 생긴 경쟁률을 통해 (2.47:1) 입학한 학생들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현재, 김해금곡고등학교는 경남, 부산, 울산 지역 학생들만 입학 할 수 있습니다.
입학은 3월 2일에 했지만 입학식은 학생들이 하교하는 금요일에 했습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 입학식은 학교 입학을 선언만 하는 행사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김해금곡고의 식구가 되었음을, 부모님들도 같이 입학하셨음을 축하하고 환영하는 목적이 제일 큽니다. 그런데 왜 금요일에 입학식을 하느냐! 김해금곡고등학교는 기숙사 학교입니다. 해서 금요일 점심을 먹고 학생들이 하교합니다. 이 때 많은 부모님들께서 학생들을 태우러 오십니다. 금요일에 입학식을 하면 자연스레 부모님께서 참석을 많이 하실 수 있습니다. 즉 금요일 입학식은 두번 수고를 하지 않는 최선의 날입니다. 입학식은 학교에 첫 등교하는 한다? 는 개념을 달리 실천하는 것입니다.
신입생들은 3월 2일에 학교에 와서 오리엔테이션과 학생회에서 준비한 여러 행사들에 참여합니다. 학생회에서는 1월달부터 신입생들을 맞이하기 위한 행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줌회의를 하고 워크숖도 가서 회의하고 준비했습니다. 새 식구를 맞이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학생회는 우선 3월 2일, 3일 양일간 재학생들이 신입생 소개를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해금곡고는 선배 2명이 1학년 1명을 맡아 인터뷰하고 입학식 때 자신들이 조사한 내용으로 신입생들을 대신 소개해주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 행사가 아주 재밌습니다. 작년에도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지,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하는 지, MBTI가 뭔지가 공통질문이었는데 올해도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 왜 민트초코, 파인애플 피자 선호도가 관심사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요즘 학생들 문화가 그러려니 하고 이해합니다.
선배들은 후배들 인터뷰한 자료를 목요일 오후에 PPT로 제작했습니다. 철저히 비밀리에 작업은 진행됩니다. 스포는 절대 금!지! 입니다. 서로 자신이 인터뷰한 후배를 빛나게 소개하기 위해 애씁니다. 이런 노력하는 모습이 참 이쁩니다.^^
목, 금요일간 1학년들은 다양한 OT를 경험합니다. 그 중 중요한 절차 중 하나가 교장선생님과의 만남입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 조생연 교장선생님은 따뜻하신 분입니다. 몸소 겸손과 실천, 인자함과 단호함을 가지고 계신, 말 그대로 동네 소탈하신 할아버지십니다. 1학년 학생들과 대화를 하실 때도 긴장하고 있을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위로하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편안하게 교장선생님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농구장에 나가보니 1학년 남학생들은 벌써 선배들과 어울려 원빠를 하고 있었습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는 한 학년에 15명, 전교생 45명의 작은 학교다 보니 금새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외울 수 있습니다. 더하기 신기한 것은 선후배들이 서로 경어를 씁니다. 선배들은 "후배님~뭐 도와드릴까요?"이라고 묻고 후배들은 "선배님~이건 뭔가요?"라고 묻습니다. 후배가 선배에게 경어를 쓰는 것은 그렇다 쳐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경어를 쓰는 문화는 독특했습니다. 이 문화는 1기들이 생활할 때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존중받으려면 먼저 존중해야 한다.'며 1기들이 2기, 3기 후배들을 그렇게 대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강요한 문화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내용이고 그것이 자연스레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들이 "후배님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제 입장에서는 신기하면서도 대견했습니다. 이것 또한 김해금곡고의 특별한 부분입니다.
입학식 전 전교생 공통전달사항이 있을 땐 강당에 전교생, 전 선생님들이 모여 같이 이야기 합니다. 주로 전달사항은 선생님들, 학생회, 동아리에서 말합니다. 선생님들만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로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드디어 3월 3일, 금요일이 되었고 학생회장님, 부회장님의 신입생 축하인사로 입학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입학축하 시를 읽어주시고 신입생 이름 한명, 한명을 부르시면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습니다. 선배들과 부모님들, 선생님들은 다 같이 환영의 박수를 쳤습니다.
선배들이 나와서 후배들을 소개했습니다. 각 팀마다 개성이 흠뻣 묻어나는 소개였습니다. 엄청 웃기고 알차고 허접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손을 전혀 타지 않은, 선배들과 후배들의 날 것, 그 자체 였습니다. 아시죠? 대본없는 코미디가 진짜 실력인 것, 금곡고 학생들은 대본없이 후배 소개를 열심해 했습니다. 긴장될 수 있는 입학식이 한 순간에 유쾌해졌습니다.^^
이렇게 축하할 날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역사와 전통과 실력을 자랑하는 김해금곡고의 자랑꺼리 GV밴드의 신입생 입학 환영 축하공연이 있었습니다. 역시 대단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런데, GV밴드 이름이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요즘 있긴 합니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언제 준비했는 지, 신입생들의 답 무대가 있었습니다. 급하게 구성되어 맞춰볼 시간도 당연히 부족한 상태에서 무대에 올린 공연이었습니다. 실수와 틀림이 있었습니다. 당연합니다. 준비 안된 무대였습니다. 연주하는 1학년들도 긴장해보였습니다. 그래도 용기 내어 무대를 준비한 1학년들이 정말 멋졌습니다. 아무도 못한다고 야유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입학하고 연습없이 선 첫 무대였음에도 박수를 엄청 받았습니다. 처음이니까요.^^. 선배들이 환영하고 후배들이 답하는 입학식, 정말 멋졌습니다.
공식 입학식이 끝나고 부모님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학교 철학에 대해 말씀드렸고 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실 부분에 대해서도 친절히 안내드렸습니다. 부모님들의 요구사항도 경청했고 앞으로 같이 잘 해나가자는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1학년 부모님들의 불안은 당연합니다. 기숙 학교에 사랑스런 자녀가 가는 것만 해도 그립고 걱정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부모님들과 대화의 자리 또한 따뜻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김해금곡고는 올해로 4년차가 되었습니다. 아직 어린 학교입니다. 매년 실패와 좌절, 희망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해가 갈수록 학교가 야물어진다는 것입니다.
김해금곡고의 교육철학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학교, 함께,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학교, 책임지는 자유를 경험하는 학교, 느리더라도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고 배우는 학교"입니다. 학교 교육과정이 완벽하지 않고 선생님들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완벽하지 않고 부모님들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완벽하지 않기에, 부족함이 있기에 그 부족한 부분을 같이 메우려고 노력합니다. 실패를 했기에 같은 실패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실패했기에 친구, 후배의 실패를 위로해 줄 수 있습니다. 내 아이가 힘들어했기에 내 아이 친구의 힘듦을 이해할 수 있고 내 아이가 1학년 때 불편했기에 신입생 부모님들의 걱정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같이 살고, 같이 배웁니다. 부족함을 인정하기에 이해의 폭이 넓습니다. 완벽한 학교는 아니지만 따뜻한 학교이고 싶습니다. 2023년, 4기가 입학했습니다. 4기 신입생들은 중학교와 너무 다른 학교 환경에 분명 불편하고 힘들 것입니다. '견디라'고 저는 말합니다. '견디라. 견디는 것이 배움이다. 피하는 것은 방법일 순 있어도 최선일 순 없다. 견디는 것은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일 순 있다. 견디자. 견디면 졸업할 때 큰 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견디며 같이 성장하는 학교, 이곳은 김해금곡고등학교입니다.
4기들의 입학식을 다시한번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