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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이 궁금하세요? 영화보는 건 어때요?

이토록 영화로운 수업 서평

by 김용만

2025년, 영화로 수업한 지 25년이 된 차승민선생님의 신간입니다. 차승민 선생님은 본래 영화를 좋아했던 분은 아니었습니다. 초임 시절 수업하기 싫어 보여줬던 한 편의 영화가 아이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이를 본 철부지 교사의 마음도 흔들었습니다. 이후 아이들에게 좋은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수천 편의 영화를 보고 수백 편의 영화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아이들과 만난 감동적인 과정을 혼자 누리지 않았습니다. ‘죽은 교사의 사회’, ‘대마왕 차샘과 못 말리는 귀염둥이들’, ‘아이의 마음을 읽는 영화수업’, ‘학생 사용 설명서’, ‘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 등 다양한 책을 써서 독자들과 나누었습니다. 저도 이전 차샘이 썼던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습니다.


이 전 제가 읽었던 차샘의 책은 가벼우면서 사색적이며 실용적인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 ‘이토록 영화로운 수업’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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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업의 가치와 영화 수업의 불안을 없애줄 획기적인 교육이론과 방법은 나 역시 찾지 못했다. 그러나 20년 이상 좌충우돌하며 영화 수업을 한 기록인 이 책을 통해 다소나마 (영화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들어가며 중


들어가기에 소개된 바와 같이 저자가 본인의 20년 영화수업을 작정하고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은 대중성을 고려한 것 같지 않습니다. 철저히 이 책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온 정성을 쏟은 책입니다.

책은 4장으로 짜여 있습니다. 1장 영화가 교실로 온 까닭, 2장 영화가 교육과정에 빠진 날, 3장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4장 아이의 마음을 읽는 완벽한 방법이 목차며 차샘이 추천하는 주제별 영화 소개로 마무리됩니다. 400페이지의 두꺼운 책입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온전히 영화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내용입니다. 영화 수업의 필요성, 영화 수업의 현실화, 영화 수업 실천 비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팁까지, 영화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려는 분들에게는 귀한 자료임이 분명합니다.


마지막 4장은 아이의 마음을 읽는 완벽한 방법입니다. 이 장은 아이와 생활하는 모든 분이 읽어도 좋은 부분입니다. 아이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아이들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중견 초등교사의 예리한 눈으로 분석하고 대안까지 알려 줍니다.


책을 펼칠 때는 수업 방법에 관한 책으로 읽었으나 마지막에는 결국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이들 마음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가 주 내용입니다. 영화라는 기술을 이용해 학생들을 만나지만 저자는 결국 교사입니다. 문장 문장마다 아이들을 돌보는 정성이 묻어 있습니다. 부록처럼 느껴지는 마지막 ‘주제별 영화’는 아이와 함께 볼 영화를 고민하시는 부모님들께도 강력히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보기 ‘재미있는 영화, 가치로운 영화, 나를 찾는 영화, 가족과 관련 있는 영화, 친구와 관계된 영화, 아이를 성장시키는 영화, 차별과 편견에 관한 영화’ 등 12가지 주제와 그에 맞는 영화 72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본 글에서 알려 드리고 싶지만, 책 판매를 생각해서 감히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영화 수업을 위한 교사를 위해 쓰인 책이지만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읽어도 많은 도움이 될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탈고한 뒤 ‘앞으로 책은 그만 써야 할 것 같아요.’라고 개인적으로 말했습니다. 저는 그만큼 이 책에 지칠 정도의 노력을 쏟았다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흥미롭고 가벼운 책은 아닙니다. 천천히 읽으면 내용이 곱씹어지는 책입니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인 요즘 아이들에게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차승민선생님의 ‘이토록 영화로운 수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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