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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만 Jan 22. 2019

당구장의 매력을 아시나요?

남자들의 사교공간, 당구장

저는 고1때부터 당구장을 들락거렸습니다. 야자시간에 담임샘께 거짓말(?)을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선생님을 속였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선생이 된 지금 되새겨보면 일부러 모른 척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생각외로 담임샘들은 많은 것을 알고 계십니다. 제보자들도 있고요.^^;)


대학 시절에는 당구에 반 미쳤었습니다. 당구에 빠져보신 분들을 공감하실 겁니다. 잘려고 누우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이고 길 가다보면 전봇대 속 사람들 머리가 당구공으로 보이는 현상을요.


열심히 다녔습니다. 다행히 대학교 앞의 당구장은 시내보다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단골집이 생기면 음료수 공짜에, 외상까지 가능했었습니다. 당구장에서 먹던 짜장면을 어찌나 맛있던지요.^^


사회에 나와 당구장 가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바빠졌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더 싸고 재미있는 PC방이 등장했습니다. 총각시절에는 악마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하기 위해 PC방에 수시로 들락거렸습니다. 


더 시간이 지나면서 당구를 같이 치는 동료들이 점차 줄어갔습니다. 결혼하고 나니 더더욱 당구칠 상대를 만날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실력이 줄어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으로 배운 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 한참 때 당구 200까지 쳤습니다. 200 수치는 명함을 상대에게 살짝 보여줄 수준(?)은 되는 실력입니다. 그래서 가끔 당구장에 가도 꿀리는 정도는 아닙니다.


당구 배운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쏟아부은 돈은 많지만 그만큼 당구친구도 많이 사겼기 때문입니다.


중년이 된 지금 당구장은 일년에 한번 갈까말까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간만에 당구친구와 만나 당구를 치러 갔습니다.

이 공들의 배치를 아시겠는지요?^^ 배치를 아신다면 당신은 최소 30!!!입니다.


전 당구수치가 200, 상대는 300이었습니다. 고수들은 압니다. 200이 300을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는 것이 당연하지요. 첫판은 당연히 졌습니다. 20분동안 6개 정도 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원큐가 들어가지 않더군요. 간만에 쳐서 그런지 느낌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판부터 몸이 느낌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둘째판, 세째판을 내리 이겼습니다. 승리의 기분에 도취된 채 자랑스럽게 손을 씻고 나오며 말했습니다.

"계산했나?"

"응"

ㅋㅋㅋㅋ 그 뭐시라꼬, 하지만 당구의 묘미 중 하나는 경기에 진 사람이 게임비를 내는 것입니다. 저도 많이 졌지요. 이기고 나오며 피는 담배는 정말 맛있습니다.


지금은 법이 바꿔 당구장에서 담배를 피지 못합니다. 처음 당구장 금연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수많은 당구 애호가 겸 애연가 들은 반발 했습니다.

"담배가 언제 제일 맛있는 지 아느냐! 자고 일어나서 첫 담배, 밥 먹고 나서 식후땡, 화장실에서 X누며 필때, 당구장에서 눈살찌뿌리며 공에 집중할 때가 제일 맛있다! 비흡연자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흡연자의 행복도 보장하라!!!"

우리들끼리 술 마시며 나눴던 대화입니다.^^;


저도 솔직히 당구장이 흡연 구역이 되면 누가 당구치러 가겠냐며 당구장의 몰락을 예견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번에 가보니 저의 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구장은 훨씬 쾌적해졌고 여성분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예전에는 당구장 다녀오면 옷에 담배냄새가 베였었는데 지금은 쾌적했습니다.


말이 잠시 샛군요.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 당구를 치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또 다른 재미입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가족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나게 놀 만한 곳은 별로 없습니다. 해서 남자들은 술을 마시며 농담하고 킥킥거리며 우리들만의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당구장도 비슷한 곳 같습니다. 서로의 샷을 보며 가슴 졸이고 멋지게 쿠션이 들어가면 박수치고, 아깝게 지면 아쉬워하면서 서로의 살아가는 모습을, 약간은 무심한 듯 이야기 나눕니다. 이런 공간이 당구장입니다. 


예전에는 경기에 이겨서 공짜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당구를 쳤습니다. 이제는 이기기 위해 당구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하기 위해 당구장에 갑니다. 생각하는 대로 공이 들어갔을 때의 짜릿함은 옵션입니다.


이 글의 제목은 '당구장의 매력을 아시나요?'입니다. 부제는 '남자들의 사교공간, 당구장'입니다. 글을 구상할 때는 당구 쳐서 이겼다는 자랑을 하려 마음 먹었지만 쓰다보니 예전, 재미있었던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아마 40대의 남성분들이라면 많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당구는 매력적인 사교 스포츠입니다. 공정하게 게임에 임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공을 치며 위안을 받는 건전한 운동입니다.


남편분이, 남친분이 당구장 간다고 하면 흔쾌히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더하기 "져도 괜찮으니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와"라고 하며 뒷 주머니에 살짝 2만원을 넣어주셔도 됩니다.


아마 당구 치고 들어올 때 간만에 기쁘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어제 제가 2만원으로 아내분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가성비 최고인 선물에 대해 소개드렸습니다. 오늘 글은 2만원으로 당구를 칠 줄 아는 남편분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방법을 소개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글을 꾸준히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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