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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만 Jan 21. 2019

여보, 꽃 좀 사다줘요.

아내에게 줄 꽃을 샀습니다.

여봉❤️

꽃 좀 사다줘~^*^

ㅋㅋㅋ 꽃이 좀 보고싶네~^*^

2만원 미만으로 조금~ 부탁해�


집에 오는 데 아내님으로부터 위 내용의 톡이 왔습니다. 어찌 안 사갈 수 있습니까? 동네 꽃집에 들렀습니다.

"아내님께서 꽃을 좋아하세요. 이 집 꽃이 이쁘다고 하더군요. 지금 계절에 제일 화사한 꽃, 2만원 치 부탁합니다."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웃으며 답하시는 사장님의 표정이 밝았습니다. 제 기분까지 화사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 좀 걸리죠? 잠시 나갔다 올께요."


"네 일보고 오세요.^^"


아내님은 꽃을 사다달라고 했지만 꽃만 사가기엔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꽃 외에 뭔가 아내님을 기쁘게 해 드릴 것을 고민했습니다. 생각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내님은 커피를 아주 좋아하십니다. 특히 '바닐라라떼'를 좋아합니다. 꽃집 바로 옆에 커피숖이 있었습니다. 


"따뜻한 바닐라 라떼 한잔 부탁드립니다."


"네~"


꽃 준비가 거의 다 되었고 바닐라라떼도 준비되었습니다. 꽃과 바닐라라떼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데 신이 났습니다. 아마 좋아할 아내님얼굴을 떠올려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내님께서는 방청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여보, 여기 꽃과...당신이 좋아하는 바닐라라떼를 사왔어."

"와~~~~여보, 너무 고마워. 꽃도 너무 이쁘고, 아!! 바닐라 라떼도 사 왔네~~~^^"


역시 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의 존재 보다는 꽃과 커피를 더 반기는 것 같은 의문의 1패 느낌이..


아내님을 저를 아주 잘 대하십니다. 저녁밥 먹을 때였습니다.

"여보, 당신이 사다 준 꽃 너무 이뻐. 어쩜 이렇게 예쁠까..튤립도 너무 화사해. 고마워~."


아내님이 진심으로 좋아해주니 저 또한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심부름을 한 것 뿐인데 말이지요.

다음 날 식탁위네 작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작았던 꽃망울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빨간 꽃이 생겼어! 아빠! 꽃이 커졌어!!"


2만원치 꽃으로 집안도 밝아졌습니다. 저의 노력보다는 필요한 것을 사다 달라고 말해준 아내가 고맙고 꽃의 변화를 보며 이쁨을 함께 나누는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선물을 받는 것도 기쁘지만 주는 기쁨 또한 그에 못지 않습니다.


아내는 꽃을 좋아합니다. 살다보니 이 사실을 한번씩 잊을 때가 있습니다. 달력에 표시해 둬야 겠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 특정한 기념일이 아닌 평범한 날에, 가끔 꽃을 사와야 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꽃이지만 그 속에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제서야 조금씩 느낍니다. 


아마 아내님은 꽃보다 꽃을 사간 저의 마음이 더 좋았을 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가성비 좋은 선물에 대해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선물은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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