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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Jun 23. 2022

이제 좀 편안해 보이는 트리안

새로 난 잎들도 무성해.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본 흙과 같이 분갈이했던 기존의 줄기는 좀 더 굵어지고 굵어진 줄기에서 새로운 줄기가 뻗어나고 있다. 홀로 길죽하게 뻗은 가지를 몇 개 잘라 바로 흙에 심은 것들은 결국 죽었다. 그냥 꺽꽂이한 것들이었는데. 오히려 뿌리 내리려고 한 동안 물에 담궈 두었던 것들이 살았다. 보름 정도 물에 담겨 있는 동안 뿌리가 난 것도 아니고 캘러스 현상도 없었는데 새로운 화분에서 잎들과 줄기가 나고 있다. 심지어 흙으로부터도 뻗어나오는 줄기도 있다. 


가지치기하자마자 흙에 꽂았던 것들은 죽었는데 한 동안 물에 담궈 두었던 것들은 어떻게 살아났을까? 똑같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을 뿌려주고 한 주에 한 번 흠뻑 물을 주었는데. 단지 줄기가 물 속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생사가 갈리다니. 물꽂이와 꺽꽂이로 번식시켜 본 것에 대한 새로운 경우의 수가 생긴 셈이다. 

22.5.21~22.6.4 촬영
22.6.12 촬영

매일 아침저녁으로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줄 때마다 차이를 느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차이를 발견하고 언제 이렇게 무성해졌나 싶은데, 또 어느 날은 새 잎이 나오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본 흙에서 자라는 것은 특히 성장이 더뎌진 것 같다. 그리고 잎사귀 크기가 작아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정말 작아지고 있는지 자로 재보고 싶을 정도다. 아무튼 세 화분에서 각자의 속도대로 자라고 있는 트리안을 계속 지켜볼 수 있어 흐뭇하다.


트리안에 대해 글을 쓰면서 계속 트리안을 아이로 부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사람이 아니니까 사물을 칭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법상 맞겠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자라는 시기에 따라 사람처럼 호칭을 달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처음 집에 들여왔을 때는 다 자란 성인같았지만 뿌리 나누기를 하고, 물꽂이와 꺽꽂이를 하는 과정에서는 틀림없이 아이같다. 식물이 성인으로 보이는 기준은 거의 모든 잎사귀가 최대로 깊은 초록색일때다. 줄기 끝에 한 두개의 잎만 연한 빛을 가지고 있을 때는 갓 청년이 된 성인같다. 분갈이를 하고 일주일 즘은 갓 태어난 아기같은데, 아무리 물을 많이 주고 햇볕을 흠뻑 받아도 줄기와 잎이 축 쳐져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갓난 아기처럼 느껴진다. 한 달 즘 지나고 보니 연한 갈색으로 뻗어나오는 줄기 사이사이에 붙은 붉은 빛이 남은 연두빛의 새 잎을 보면서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처럼 보인다. 서툴게 걸어다니는 아이처럼 여리여리한 줄기로 새 잎을 틔우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두 달이 지난 지금은 벌써 청소년기가 된 것 같다. 줄기가 아직은 너무 가늘지만 그래도 화분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 


한 달 후에는 어떻게 또 변해있을지 기대가 된다. 참. 사람을 키우는 것과 비교하면 아이가 청소년기가 되는 동안 질병이나 상해로 병원에 수 십번은 들락날락했을거다. 식물은 아프면 화원으로 가야하나? 암튼 트리안이 잘 버텨주고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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