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되찾기 프로젝트

질병인가 노화인가?

by 김기덕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연의 우연이지만,
아름다운 노인은 예술 작품이다.

- 엘리너 루스벨트


병원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병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심지어 진료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봐도 누가 아픈 사람인지, 어디가 아파서 온 것인지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상처에 붕대를 감고 있거나, 아파서 걷는 것이 불편하거나 잔뜩 인상을 쓴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기 때문이다.

질병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disease는 ‘아니다’라는 의미의 dis와 ‘편하다’는 의미의 ease가 합해진 단어다. 그러니까 질병을 뜻하는 disease는 편하지 않는 뜻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외상이나 감염이 주된 질병이던 시절, 질병은 불편한 것이었다. 현대의 질병은 조금 다르다. 지금 어느 병원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을 많은 환자들처럼 겉으로는 환자인지도 알기 어렵고, 심지어는 불편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방치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도 질병의 범주에 포함된다. 고혈압의 경우에는 그냥 두면 심뇌혈관질환이 더 잘 발생하는 수치부터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불편감이나 증상은 전혀 상관이 없다. 골다공증도 마찬가지이다. 증상이 전혀 없지만, 그냥 두면 넘어졌을 때 더 잘 부러질 수 있는 정도로 골밀도가 낮은 경우를 골다공증이라고 한다.

증상이나 불편감과 상관없이 내 몸에서 측정할 수 있는 수치들이 일정한 기준, 보통 진단 기준이라고 하는 그 기준에 부합하게 되면 정식으로 질병으로 진단을 받게 된다. 반대로 아무리 불편해도 이런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적절한 ‘병명’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이것은 적절한 치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령, 환자는 너무너무 힘들어하는데 원인이나 적절한 진단명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찌 되었건 과거와 비교하면,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은 환자들이 많고, 반대로 불편한데도 원인을 찾기 힘든 환자들도 적지 않아서 의사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복잡해진 부분들이 있다.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기능이 감소하는 것이다. 문제는 노화로 인해 기능이 떨어지면서 질병에 취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지는 것처럼 혈관도 노화가 되어 탄력을 잃게 된다. 탄력이 없어져 딱딱하게 되면 혈압이 점점 높아지게 되는데, 앞서 본 것처럼 일정 기준을 넘어서게 되면 ‘고혈압’으로 진단을 받게 된다. 고혈압으로 처음 진단을 받게 되면, 대부분 전에는 괜찮았는데 병원 기계가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고혈압인 사람은 없다. 그런데 60대가 되면 10명 중 6명 이상에서 고혈압이 나타난다. 60대부터는 고혈압인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이다. 피부의 주름처럼 혈관이 노화되어 혈압이 높아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고혈압 환자가 된 것에 자책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고혈압이 되면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나이에 따라 반을 나눈다면, 반에서 등수보다 총점이 중요한 셈이다. 골다공증도 비슷하다. 골밀도가 또래 평균이라고 해도 젊은 친구들과 비교해 낮으면 골다공증에 해당이 된다.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나이보다는 골밀도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등수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차이가 많이 난다면, 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노화가 되면서 우리는 질병에 취약하게 되고, 또래 친구들 중에 혈압이나 당뇨병을 가진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게 될 것이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에 따라 ‘병명’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자연스럽다고 해서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불편함이 전혀 없는 저런 숫자들에 질병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나중에 큰 사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스러운 노화에 의해 병을 하나씩 더 갖게 되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게다가 생일이 똑같은 사람이라도 젊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노화가 온 친구들도 있고, 갑자기 젊어져서 나타나는 친구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노화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는 노력에 따라서 조금 더 젊고 건강하게 활기를 유지할 수도 있고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 책 ‘활력 되찾기 프로젝트’를 쓰기로 시작한 이유는 자연스럽게 노화와 질병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력과 건강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안내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어쩔 수 없이 짧은 진료시간으로 인해 궁금해도 묻지 못했을 내용들, 말해줄 수 없었던 내용들을 글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


루체른 무제크 성벽 안에 있는 시계.







성 안에 숨어 있는 저 시계처럼, 우리 몸속에는 각자의 시계가 하나씩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세상의 시계와 다르게, 저 시계는 나의 노력에 따라 느리게 가기도, 빠르게 가기도 한다. 당신의 실제 나이는, 세상의 시계가 아니라 당신 안에 있는 시계가 결정한다. 당신은 실제 나이는 몇 살인가? How old are you, re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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