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사우 Feb 06. 2024

입장은 자유

네가 사라졌다. 땀을 흘리며 헤맨다. 아무리 찾아도 이곳엔 네가 없다. 포기하고, 처음 왔던 길을 생각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할 때 누군가 길을 막았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입장은 자유, 퇴장은 NO"  종이가 붙어 있다.  


눈물범벅이 된 내 얼굴을 보며, 종이와 펜을 가져온다. 이것저것 묻는다. 여덟 시간 동안 길을 헤매었다는 대답을 듣고는 한숨을 쉰다. 가게로 들어갔다. 손에는 작은 상자가 있다. 향초. 이걸 사면 나가는 길을 알려줄게. 이게 여기 룰이야. 꽤 오래가니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 강매란 걸 알지만 난 침대에 누워 쉬고 싶다. 


얼마예요. 

돈이 아닌 다른 걸 줘. 

있는 거라면 다 드릴 테니 말씀만 하세요. 

용기. 용기를 줘. 여기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비싼 값에 팔리거든. 

그건 안 돼요 저도 필요해요. 

어차피 넌 계속 생길 거야. 용기에 대해 모르는구나. 일정량 이상 있는 사람은 계속 생겨.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기지. 내가 보기엔 넌 아직 안정권이야. 


옆집 사장님이 나를 힐끗 본다. 이 사람 처음 아니야? 하고 속삭인다. 가게 주인은 다시 나에게 중요한 걸 묻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은 처음이에요. 첫 손님에겐 원플러스 원 행사를 한다며 향초를 하나 더 건넨다. 급하게 꺼내느라 향초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미처 떼지 못한다. 슬픔, 눈물, 고통, 자책, 우울, 외로움의 향


떠나는 나를 보며 옆집 사장님은 속으로. '쯧쯧 저걸 쟤가 버티려나 모르겠네. 사랑만 안타깝지.'

매거진의 이전글 얼굴과 이름과 사는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