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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우 Apr 03. 2024

버스 안에서

너는 버스 안에서 고개를 획 돌린다. 모두 멈춰!

눈동자를 굴리며 낯설고 익숙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 삐삐삐 실패입니다.

빗줄기가 창문을 타고 내려와 시멘트 위에 올라선다. 방금 누구야?

모든 걸 파괴하는 시멘트와 만나 산산조각이 된 너는 비명을 지른다. 얼굴을 보여줘.

하늘 뜻에 순종한 너는 어쩐 일인지 그저 서 있다. 제발.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반복된다. 는 다짐한다. 내일은 그 사람이 가는 정류장을 따라가 재빠르게 말할 거야. 도를 아는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뭐라고 말할지도 미리 정하자.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향수를 쓰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 생각을 하는 너의 손엔 슬픔의 위안, 향수를 읽고 있다.


"감사합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분홍 가방에 향수를 잔뜩 뿌리기. 지하철에 타야 할 걸 생각하지 못하고. 도어가 열리자 사람들이 코를 쥐어잡는다. 너 때문일까? 두근거리는 가슴 때문에 긴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리운 냄새에 털들이 눕지만 뼈마디는 긴장되는 거 알아? 설레면서 갈비뼈 안쪽의 통증을 느끼는 건?


번쩍이는 화면을 보지 않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는 건? 그 대신 햇빛에 반사 돼 아름다운 색을 풍기는 작은 병을 두 손 위에 올려두고 있더라. 갑자기 당산역에 내려서 바다에 쓰레기를 버릴 거면서. 너 그거 불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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