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잃어버리는 것-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많은 이들이 책과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고, 몰입하라'라고 외친다. 깊은 고민과 성찰 없이 들으면 '열정'을 갖고 무엇이든 도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들린다. 모두가 이런 주장을 외칠 때 나는 제자들과 후배들에게 그 반대로 '절대로 열정에 올인하는 삶을 살지 마라' 라며 말리고 다녔었다.
공부에 미치고, 일에 미치고, 사랑에 미쳐 살았었던 과거를 돌아보면 부끄러울 만큼 당시 미쳐있던 대상에 모든 것을 바쳤던 나를 만나게 되는데. 지금의 박소연이 그때의 박소연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었기에 후배와 제자들에게 대신하곤 했던 것 같다.
분명 무언가에 미치도록 몰입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잘 풀릴 경우 누구보다 빠른 속도의 성장을 가져다 주는 것이 몰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몰입의 상태에 있을 때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돌봐야 한다는 것까지 잊은 상태의 몰입'을 뜻한다.
일에 미쳐있던 나는 스스로의 성장 밖에 보지를 못해서 사람을 남기지 못했고, 잘못된 사람과의 사랑에 미쳤었던 나는 스스로에게 상처와 오명을 남기는 결과를 안았다.
내가 했던 몰입의 결과는 삶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것이었다. 많은 것들이 무너진 후 몇 년의 시간을 살아가며 무너진 균형을 되찾기 위해서 심리학과 인문학 등 계속적인 공부를 했고 인생 선배들을 찾아서 조언을 구하는 일에 힘을 썼다.
그 결과 '일과 나를 분리해야 하고' , '스스로와 주변을 살피고 돌보아야 하며' , '진정으로 나를 사랑할 때 참 사랑과 거짓 사랑을 구분할 수 있는 현안이 생긴다'라는 지혜와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나는 어느덧 밸런스, 즉 균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삶의 큰 목표가 되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너무 과하게 몰입하지 않고, 그 누군가 내 마음과 삶의 균형을 깨는 자가 다가오면 그 사람과 계속적으로 교류하기를 기피했다.
어렵게 찾은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는 것이라 믿었고,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며칠 전 우연히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를 IPTV를 통해서 보게 되었다.
4년 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참 맘에 들지 않는 영화였다.
영화 초기부터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쉽게 이혼을 선택하고, 이혼을 선택한지 얼마 안돼서 새로운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결국 자신을 찾겠다고 그 남자 마저도 떠나버린 후 여행 길에 올라 맛있는 것을 먹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를 하는 여주인공의 이기적인 행동이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나서 도대체 영화 제목의 마지막 단어인 '사랑(Love)'는 어떻게 하나 보자 하는 도전적인 마음까지 일었었다.
당시 내가 갖고 있었던 마음가짐으로는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하고 소화할 수 없었기에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이 좋게 기억되기 보다는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이상한 영화'라는 기억으로 남았었다.
4년이 흐른 2015년 11월의 어느 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멈추어 보게 된 이 영화는 그런 나쁜 기억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내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내 눈을 사로잡은 장면은 이 글의 메인 사진에 있는 주인공과 현자의 대화 장면이었다.
어렵게 찾은 삶의 균형이 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주인공이 새로이 찾은 사랑의 대상으로 인해서 자신 삶의 균형이 깨어질 것이 두려워 이별을 선택한 후 멘토의 역할을 하던 현자를 찾게 되었는데 그녀에게 현자는
"때로는 균형을 잃어버리는 것이,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다"
라고 말한다.
그 말에 용기를 낸 그녀는 새로운 인생으로 새로운 사랑과 '함께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4년 전과 동일한 결말로 영화가 끝이 났는데 영화가 담지 않은 주인공의 이후의 삶에 대해서
"균형에 대한 성찰을 계속해왔던 그녀는 분명 이전과 달리 새롭게 시작된 인생 속에서 훌륭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삶을 살아갔을 것이다"
라는 상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여전히 '내 안의 균형을 유지하며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의 균형을 깨트리는 것이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새로운 몰입을 선택해보는 것도 이제 다시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아마도 지난 4년간의 여러 가지 배움들이 날 새로운 균형으로 이끌려고 하는 것 같다.
조금의 두려움을 안고...
이제 나아갈 시기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