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투란도트
서울 공연을 마치고

함께라서 갈 수 있었습니다.

by 뮤지컬배우 박소연

언젠가 어떤 이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삶을 항해에 비교한다면 늘 해가 비치다가 가끔 구름이 끼는 것이 아니라 늘 비구름 속에 살다가 가끔 해가 비치는 것이다


너무 우울한 비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아이보다 어른들이 웃는 횟수가 훨씬 적다는 어느 기사를 보고 '이런 것이 어른들의 인생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지난 몇 년간의 힘들었던 항해 속 괴로움이 단 한순간도 떠오르지 않고 계속 행복감을 느낄 만큼 꽤 오랫동안 찬란한 해가 비쳤던 고마웠던 시간, 그것은 바로 '뮤지컬 투란도트'의 삶을 살았던 지난 한 달이었다.


지난 5년간 계속적으로 해왔던 작품이었지만 이번 뮤지컬 투란도트 서울 공연은 오랜만에 다시 찾는 서울의 대극장 공연이었기에 공연에 오르기 전까지 계속 설레면서도 큰 긴장감이 몰려왔었다.


3/13일 막공을 마치고 지금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기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고 있다가 문득 팬이 만들어 준 투란도트 액자를 보면서


이제 무대 위를 내려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연 기간 동안 팬들이 보내 준 선물과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고 서랍에 넣으면서


안녕 투란도트


라는 말이 나왔다.




어느 어떤 공연 보다도 많이 웃고 울었던 서울에서의 투란도트


10회의 공연이 지나갈 때까지 한 회 한 회가 지나가는 것이 너무 소중하고 아까워서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만큼 무대 위의 시간이 행복했었다.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한 쫑파티 자리에서 장소영 음악감독님이 건배사로 했었던 이야기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라는 말이 정말 너무 가슴에 와 닿았는데 이번 공연 동안 지치지 않고 멋진 항해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외로운 공연을 혼자 가지 않게 같이 가 주었던 내 옆에 가까운 사람들과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고 사랑해 준 팬들


그리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무대 위에서 동거 동락한 배우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을 위해 물심양면 애써주신 스태프들의 따듯한 손길들 덕분이었다는 생각에 동료들과 건배를 하며 다시 한번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찾을 수 있었을 뿐, 계속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전히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마음이 날 든든히 붙잡아 주고 있는 것과 용기를 내는데 까지 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용기를 내어 마주하고 나서야


왜 내가 이 길을 선택했고, 이 길이 왜 내가 계속 걸어가야 하는 길인지


다시 한번 가슴 깊이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미비하다고 이야기하는.. 또 많은 편견들을 헤쳐나가야 하는 아직은 많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다른 어떤 작품 보다도 내가 투란도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처음으로 작품을 하면서 무대 위에서 혼자가 아니라고 믿고 임할 수 있었던 작품


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것은 실로 놀라운 힘이다.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할 때 정말 많이 울었는데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면서 '너무 아쉬워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내가 흘린 눈물은 공연이 끝난 것을 아쉬워하는 눈물이 아니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차 넘치는 눈물이었다.


두 달 동안 수고 많았던 나에게 다시 한번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박소연님_확정_outline 복사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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