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변태

배우의 삶 중

by 뮤지컬배우 박소연

지난 2년간은 컴백의 즐거움으로 오로지 공연에 몰두해서 일까? 2017년은 직업적인 성장과 더불어 내 안으로의 몰입과 내면적 성장을 함께 이룩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펜을 든다.


배우라는 이름의 직업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공통의 과제가 있다.

그것은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반드시 그것을 위해 수많은 고민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 인고의 시간은 마치 화려한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 변태과정을 끊임없이 겪는 나비의 탄생과정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태.jpg ‘애벌레와 번데기 그리고 나비’


애벌레와 번데기 그리고 완성체-나비.


애벌레와 나비는 어쨌든 그 모습이 능동적이고 활발하여 징그럽든, 아름답든 어쨌든 다른 존재들로 부터의 눈길을 잡아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놓인 ‘번데기’라는 과정의 녀석은 꽤 긴 시간 동안 움직임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안에서 아름다운 날개의 나비가 탄생하는 것을 보아 분명 더 큰 진통의 시간이 있었음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애벌레는 끊임없이 먹고 움직이지만 완성된 존재가 아니고 번데기는 움직임이 없기에 타인들은 그의 존재를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지켜보는 이들은 다만 나비가 비상할 때 그 화려한 모습과 유연한 날갯짓에 환호한다.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 속에서 '누구보다 화려한 나비가 되고 싶다'라는 꿈을 꾸는 우리 배우들은 가끔 절망하고 좌절하고 무기력해진다.


혹시나 나비가 되지 못하고 애벌레에서 머물다 사라지거나, 번데기 속에서 굳어진 채로 나비가 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오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로 때때로 가끔 그런 생각에 사로 잡히곤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는 나름대로의 자부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그냥 '열심히 연습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때로 목적지가 너무 멀리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시기에는 무언가 달성할 목표(단기적)를 정하고 그것에 몰입을 해 본다.

충분히 몰입하고 있다면 나는 내가 애벌레인지, 번데기인지 이미 고민할 겨를도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내 자신과 제자들, 그리고 나와 함께 배우이자 나비의 꿈을 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배우라는 직업의 사람은 자신의 현 상태가 볼품없는 애벌레여도, 멈춰있는 것 같아 보이는 번데기여도

괜. 찮. 다.


애벌레와 번데기의 과정 없이는 나비가 태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재감이 좀 없을 때도 괜. 찮. 다.


잘먹어 살집을 키우는 것이 목표인 애벌레라면 잎사귀를 열심히 먹는 것에 열중하고, 오랜 시간 깊은 잠에 들어야하는 번데기라면 그 잠 속에서 인내하며 나비의 꿈을 꾸면 된다.

'노력'과 동시에 '인내'하는 것도 배우의 큰 덕목 중에 하나인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자연에서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 그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혹시 주변에 직업이 배우인 사람들이 속도보다 방향을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면....


‘왜 뛰지 않아?’라는 질문보다 ‘잘 가고 있지?’라는 격려를 더 많이 해 줬으면 좋겠다.



Image Reference

https://namu.wiki/w/PUPA

https://kr.pinterest.com/alan_michele/metamorph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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