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로 대동단결

아미라서 행복해요!

by 날자 이조영

설날 하면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2019년, 시댁과 친정을 거쳐 서울로 올라오던 길.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랑 영화 보자.”

“무슨 영환데?"


영화를 즐겨보는 남편이 반색했다.

하지만 나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남편의 취향이 아닌 걸 알기 때문이었다.


“음... 대단한 명작이야.”

“오~ 뭔데?”

“내가 BTS 팬인 건 알지?"

“알지.”

“콘서트에 가고 싶어 하는 것도 알지?"

“그러엄, 알지."

“서울 콘서트 한 게 영화로 나왔어. 그거 보러 가자."

“......”


잠시 고민하던 남편이 말했다.


“딸이랑 가면 되겠네. 00야, 엄마랑 영화 같이 봐라."


뒷좌석에 앉았던 딸이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BTS 안 좋아하는데요.”


어떻게 BTS를 안 좋아할 수가 있어!

순간 화가 올라왔지만, 차마 혼자 영화를 보러 갈 자신이 없는 나는 딸을 꼬시기 시작했다.


“같이 가주면 안 돼? 혼자 가긴 너무 쑥스러워."

“뭐가 쑥스러워?”

“아, 몰라. 이상하게 쑥스러워."


혼자 식당에 가서 밥도 먹는 사람이고, 영화도 혼자 보러 가던 사람인데.

우리 BTS 아그들을 혼자 보러 가는 건 왜 이리도 쑥스러울까.


“서방이 같이 가주라~ 나 그거 진짜, 너무너무, 보고 싶어."

“자기가 뭐든 하자면 하는데. BTS는 나도 힘들다. 영화관까지는 같이 가줄 수 있어. 우리 각자 보자."

“ㅠㅠ”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딸이 시크하게 말했다.


“내가 같이 가줄게.”

“악! 진짜?!”



BTS 영화는 스크린 X로 봐야 한다기에 저녁에 영등포로 향했다. 설날 끝이라 영화관에는 관객이 별로 없었다. 영화관 안에 들어가자, 앞좌석과 뒷좌석 쪽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다. 앞좌석 쪽은 가족들이, 뒷좌석 쪽은 젊은 여자들이.

딸과 함께 뒷좌석 쪽에 자리를 잡았다.

스크린 X도 처음이었고, 왼쪽과 오른쪽 벽에 꽉 찬 스크린 덕분에 콘서트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넘 멋있어, 어떡해!”


속으로 아우성을 치며 콘서트 1열이 내 자리가 아닌 것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이돌에 푹 빠진 게 처음인 나는 언젠가 콘서트장에 가는 게 꿈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들어간 영화관은 아미봉(X), 노래(0)는 불러도 되는 곳이었다.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딸을 보니까 좌석에 푹 파묻혀 있었다.


“노래 불러, 노래.”

“아는 노래가 없어.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어.”

“헐.”


딸은 BTS 멤버들 얼굴도 모르고 있었다.


‘아, 재미없어.'


오른쪽 옆자리를 슬그머니 돌아보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둘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은근슬쩍 몸을 그쪽으로 기울였다. 노랫소리가 잘 들렸다.

우리는 같이 흥겹게 노래를 불렀고,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갑자기 딸이 내 옆구리를 툭 친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딸이 웃음을 참느라 몸을 비틀고 있었다.


“엄마, 옆에 봐, 옆에.”

“응?”


딸의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웬 키가 멀대같이 큰 여자가 일어서서 손수건을 휘두르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울어, 울어. 울면서 응원하고 있어. 일본인이야. ㅋㅋㅋ"


사람들 노랫소리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여자는 일본말로 계속 응원을 하고 있었다.


“이 명절에 이걸 보러 서울엘 왔다고? 와, 대박!”


놀랍고 신기한 광경에 여자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여자가 울다 말고 나를 쳐다보았다.

눈이 딱 마주쳤다!

눈물이 그렁거리는 여자의 눈동자.

우리는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BTS 너무 좋죠?”

“당연하죠! 그러니까 이 시간에 여기 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맞아요, 맞아. 명절 쇠느라 입술 포진도 생기고 몸도 힘들고 지금 상태가 말이 아니거든요. 근데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있어야죠. 아유, 일본에서 오신 거 보니까 진짜 좋아하시나 보다.”

“제가 아미인 게 너무 행복해요.”


서로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은 이 기분.

말이 안 통해도, 처음 만났어도, 우린 BTS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미였다.




영화를 보고 나자 명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역시 스트레스엔 BTS가 약이지.

밖으로 나왔을 때 딸에게 감상을 물었다.


“영화 보니까 어때?”

“다들 잘 생기긴 했더라.”

“잘 생기기만 한가. 노래도 잘해, 춤도 잘 춰. 인성은 또 얼마나 좋은데.”


아유, 기특한 내 새끼들.


“엄만 어떻게 아미가 됐어?”

“웃겨서. 개그맨 뺨쳐.”


날 웃게 해주는 아이돌이 최고지 뭐.



https://youtu.be/YqnoNFppVVU




https://youtu.be/CuklIb9d3fI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