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이 영화를 봤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마침 방송하기에 무슨 영화지, 하면서 잠깐 본다는 게 너무 재밌어 끝까지 봤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에는 눈물, 콧물 쏟아가며 봤는데 인생이 뭘까, 생각할 때마다 이 영화가 생각난다.
이탈리아의 찰리 채플린으로 불리는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과 배우로 나와, 아카데미상 7개에 노미네이트 된 대단한 영화다. 여주인공 니콜레타 브라스키와는 실제 부부라고 한다.
배경은 홀로코스트로 암흑의 시대를 그렸지만, 주인공 귀도의 따뜻하고 기발한 삶의 태도는 영화 내내 빛을 발한다.
어린 아들 조수아가 동심을 잃지 않도록 수용소가 놀이터인 것처럼 연기하는 장면은 마지막에 귀도가 처형 당하러 떠날 때 절정을 이룬다. 귀도는 독일 병사에게 끌려가면서도 마치 병정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제스처를 하고, 아들 조수아는 몰래 숨어서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홀로코스트 하면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나, 이 영화는 역설적인 제목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얘기한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환경에 지배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귀도는 멋진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아름다운 생을 살다 간 것이었다.
살아남은 아내와 아들은 아버지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유대인 학살이라는 끔찍한 만행으로 가족들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길 바랐던 귀도. 죽으러 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았던 그의 태도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금만 힘들어도 비관하는 사람들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주는 명작, <인생은 아름다워>.
나의 최애 드라마인 <나의 아저씨> 주제곡이다. 하루를 마치고 나면 이 음악을 들을 때가 많은데, 지친 어른을 위로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가사는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신기한 곡이다. 그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기분이어서 그런 듯.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매일 좌절하고, 매순간과 이별한다.
그렇게 하루 하루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이 진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마다 음악을 들으며 작은 위안을 얻는다.
울면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누군가의 울음을 들으며 마치는 게 인생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행복을 찾아헤매는 것도 인생이 슬픔의 연장이기에 그런 건 아닐까.
인생이 슬픈 건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위가 매초마다 사라지기 때문이고, 매순간 불가항력의 이별을 겪으며 느끼는 좌절에 익숙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 해도 우리는 슬픔 속에서 작은 위로를 받고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 희망이 오늘을 살아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