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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Dec 09. 2022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아버지 귀도



아주 오래 전 이 영화를 봤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마침 방송하기에 무슨 영화지, 하면서 잠깐 본다는 게 너무 재밌어 끝까지 봤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에는 눈물, 콧물 쏟아가며 봤는데 인생이 뭘까, 생각할 때마다 이 영화가 생각난다.


이탈리아의 찰리 채플린으로 불리는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과 배우로 나와, 아카데미상 7개에 노미네이트 된 대단한 영화다. 여주인공 니콜레타 브라스키와는 실제 부부라고 한다.

배경은 홀로코스트로 암흑의 시대를 그렸지만, 주인공 귀도의 따뜻하고 기발한 삶의 태도는 영화 내내 빛을 발한다.

어린 아들 조수아가 동심을 잃지 않도록 수용소가 놀이터인 것처럼 연기하는 장면은 마지막에 귀도가 처형 당하러 떠날 때 절정을 이룬다. 귀도는 독일 병사에게 끌려가면서도 마치 병정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제스처를 하고, 아들 조수아는 몰래 숨어서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홀로코스트 하면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나, 이 영화는 역설적인 제목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얘기한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환경에 지배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귀도는 멋진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아름다운 생을 살다 간 것이었다.

살아남은 아내와 아들은 아버지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유대인 학살이라는 끔찍한 만행으로 가족들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길 바랐던 귀도. 죽으러 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았던 그의 태도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금만 힘들어도 비관하는 사람들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주는 명작, <인생은 아름다워>.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강력 추천한다.


https://youtu.be/j2gayIC2qhk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다큐 감독 은정



<멜로가 체질>에서는 동갑내기 친구 세 명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은정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친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환영에 시달리는 여자다. 그녀는 남친이 죽은 뒤 어느 날 평상시처럼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서 손목을 긋는다.

그녀는 남들은 못 보는 남친과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남들 눈에는 혼자 대화하는 거지만, 그녀의 눈에는 남친 홍대가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은정은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친구들과 동생이 있는 거실로 와 안아달라고, 나 힘들다고, 처음으로 제 마음을 표현한다. 그 말에 그녀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던 친구들과 동생이 다함께 끌어안고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가슴을 울린다.


은정을 보는 내내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 될까, 너무 가슴 아파서 보고 있기가 힘겨웠다.

그런 그녀에게 '상수'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첫 만남부터 쌍욕이 오가더니, <홍대에서 상수로 환승>할 썸이 시작된다. 상수 역의 손석구가 워낙 연기를 잘하기도 했지만, 인생이 사막의 모래처럼 바스스 부서질 것 같던 은정에게 상수는 오아시스 같았다.


사랑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지기도, 강해지기도 하는 존재다.

홍대와 이별함으로써 한없이 나약해졌던 은정은 새롭게 상수를 만남으로써 강한 여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란 어쩌면 비관적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듯이 열렬히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면 그걸로 족하다.


https://youtu.be/3gY6ir37HVI

https://youtu.be/qzg-gH5rPzI



음악 <어른>



나의 최애 드라마인 <나의 아저씨> 주제곡이다. 하루를 마치고 나면 이 음악을 들을 때가 많은데, 지친 어른을 위로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가사는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신기한 곡이다. 그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기분이어서 그런 듯.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매일 좌절하고, 매순간과 이별한다.

그렇게 하루 하루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이 진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마다 음악을 들으며 작은 위안을 얻는다.


울면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누군가의 울음을 들으며 마치는 게 인생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행복을 찾아헤매는 것도 인생이 슬픔의 연장이기에 그런 건 아닐까.

인생이 슬픈 건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위가 매초마다 사라지기 때문이고, 매순간 불가항력의 이별을 겪으며 느끼는 좌절에 익숙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 해도 우리는 슬픔 속에서 작은 위로를 받고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 희망이 오늘을 살아가게 만든다.


https://youtu.be/5a-tqIQc8RM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하지 않고

아무도


눈을 감아보면 내게 보이는 내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짙은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갤 거라고


웃는 사람들 틈에 이방인처럼

혼자만 모든 걸 잃은 표정

정신없이 한참을 뛰었던 걸까.

이제는 너무 멀어진 꿈들.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언젠가 한 번쯤 따스한 햇살이 내릴까...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이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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